수술 도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권대희씨에게 제대로 된 응급조처를 하지 않은 병원장에 대해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원장(집도의) 장모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취의 이모씨와 지혈 담당 의사 신모씨는 금고형 집행유예가,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간호조무사 전모씨는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장씨 등은 2016년 9월 병원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이 발생한 권씨에게 적절한 응급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다른 환자의 성형 수술을 이유로 권씨의 출혈 상태 등을 확인하지 않았으며, 간호조무사인 전씨는 장씨 등의 지시로 의료 행위인 지혈을 30분 동안 실시했다. 권씨는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법원은 의료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권씨의 활력 징후가 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는데도 이른바 '공장식 수술' 라인을 돌리느라 수 시간 동안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하지 않고 이렇다 할 치료행위도 없이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질타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장씨는 수술방 4개를 만들어 순차적으로 마취하고, 절개하고, 세척·봉합하는 단계로 수술을 진행하여 의료진이 환자 1명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로 의원을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 판단 역시 다르지 않았다.
권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대법원 선고 직후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유령대리, 공장식 수술을 멈추기 바란다"며 눈물을 흘렸다.
권씨 사망사건은 '수술실 폐쇄회로(CC)TV 도입'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의료진 과실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권씨 어머니가 입수한 수술실 CCTV가 공개됐고, 국회는 2021년 9월 "수술실은 외부와 엄격히 차단돼 의료과실이나 범죄행위 유무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는 전신마취 등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모든 의료기관의 수술실 내부에는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올해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의료계에선 허술한 의사 면허 취소 요건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마취의 이씨와 지혈 담당 의사 신씨에게 금고형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의사 면허가 박탈되진 않는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아야만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이다.
이나금씨를 법률 대리한 박호균 변호사는 "비난 가능성이 높거나 반복적으로 의료 사망 사고를 초래한 경우에는 의사 면허를 회수하는 등 제도 개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