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면 신문에 빠지지 않는 기사가 있다. '새해 달라지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적용되는 다양한 제도를 소개하는데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올해 6월부터 적용되는 만 나이 통일이다. 태어난 달에 따라 한 살에서 두 살까지 줄어드니 나이 드는 것이 서글퍼지는 어른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인지라 '나이를 벌다'라는 표현까지 기사에 등장한다.
출생일부터 한 살로 치고 해마다 한 살씩 늘어나는 '세는 나이',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뺀 '연 나이', 출생일 기준으로 실제 산 날짜를 계산한 '만 나이' 이 세 가지 나이에, 부모님의 배려(?)에 뒤늦게 올린 '호적 나이'까지 일명 '고무줄 나이'를 한국인들은 필요에 따라 늘이고 줄이는 것에 익숙하다. 음력설 전에는 끝끝내 나이를 올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다가도, 간혹 나이 대결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호적이 잘못됐다는 핑계로 터무니없이 나이를 불러 '나이대접'을 받으려 한다.
나이 먹는 것을 반기지 않으나 나이로 꿀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는 나이가 권세가 되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작용한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나이가 어리면 반말을 쓰고 존댓말을 들어야 하는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은 나이의 상하 관계를 더 공고히 한다. 이러한 나이에 따른 수직적 구조를 허물기 위해 나이 관계없이 평어를 쓰는 파격적인 시도도 몇몇 발견된다. 단, 높임말이 아닌 평어이기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제한된 실험적 공간이지만 이곳에선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받는 억울함은 줄고 '나잇값', '어른값'이라는 말로 사회에서 지운 나이의 무게도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