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대박'이 반갑지 않은 까닭... "위기 뒤 늘 실업 대란"

입력
2023.01.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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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취업자, 22년 만에 최대 증가
경기 악화로 올해 고용 쪽박 전망
외환·금융위기 때도 일자리 늦게 회복

지난해 연평균 취업자가 22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지만 반갑지 않다. 경제가 둔화 국면에 들어서 경기 후행지표인 고용 역시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22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808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81만6,000명 늘었다. 2000년(88만2,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취업자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21만8,000명 감소로 고꾸라졌다가 2021년 36만9,000명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탔다.

지난해 '고용 대박'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일자리를 구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과 은퇴 연령층의 재취업으로 고령층 노동자가 증가한 영향도 컸다. 배달 라이더처럼 비대면·디지털 전환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일터를 찾은 취업자 역시 많았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고용 쪽박'이 예상된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달 50만9,000명으로 여전히 크지만, 추세적으로 보면 93만5,000명을 찍었던 지난해 5월 이후 7개월 연속 작아졌다. 일할 수 있는 인구마저 줄고 있어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대폭 낮춘 10만 명으로 예측하고 있다.

올해 경기 악화는 고용 둔화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외환·금융위기, 코로나19 시기 이후 가장 낮은 1.6%다. 지난해 크게 뛴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쳐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세계 경제 하강과 맞물린 수출 부진 역시 한국 경제를 꺾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더라도 고용은 여전히 바닥에 갇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올해 실업률을 전년 2.9%에서 소폭 오른 3.2%로 내다봤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 과거 위기 때를 보면 경기 후행적인 고용은 주요 경제지표 중 뒤늦게 반등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5.1%였던 성장률은 1999년 11.3%로 껑충 뛰었으나 같은 기간 실업률은 7.0%에서 6.3%로 찔끔 내려갔다.

금융위기 직후에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성장률이 2009년 0.8%에서 2010년 6.8%로 회복할 당시 실업률은 3.6%에서 3.7%로 오히려 높아졌다. 두 번의 위기 모두 실업률은 성장률이 반등하고 난 뒤인 2000년, 2011년에 안정됐다.

정부는 경기 둔화가 고용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일자리 전담반을 중심으로 정부 일자리 사업이 조기·적기에 집행되도록 면밀히 관리하고 필요시 추가 대책도 마련하겠다"며 "맞춤형 취업 지원 등을 통해 구인난에 적극 대응하고, 고용안전망 확충 등 취약계층 지원 역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