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3억, 회계감사 비효율"이라더니... 입장 바꾼 정부

입력
2023.0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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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 대상 3배 확대 추진하는 기재부
2021년 말엔 "2000만 원 비용은 좀..."
尹 지시에... "기준 신설 뒤 시간 흘러"

“비용 면에서 비효과적 방식이 될 수도 있다.”

회계감사 의무화 대상 국고보조금 기준을 10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이상으로 내리자는 취지의 의원 발의 보조금법 개정안에 대해 2021년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 때 한경호 당시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장은 이런 의견을 피력했다. 기준 강화 때문에 규제 대상이 늘면 회계감사 비용도 함께 커지게 되고, 결국 그 돈이 정부 보조금에서 나가게 될 테니, 실질 예산이 줄어드는 효과로 귀결되리라는 게 그의 논리였다.

더불어 회계감사 대상 확대로 사실상 축소되는 예산이 부정 수급으로 낭비되는 규모와 맞먹으리라는 게 정부의 걱정이었다. 2019년 기준 보조금 수령액이 3억 원 이상인 사업자는 비영리법인 2,007곳을 포함한 3,878곳이었는데, 10억 원 이상 받은 사업자 수(1,394곳)의 2.8배다. 이들이 회계감사 비용으로 평균 2,000만 원씩 쓸 경우 다 합치면 775억6,000만 원이 된다. 같은 해 부정 수급 사실이 확인돼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862억6,000만 원이었다. “2,000만 원이면 3억 원의 7%나 되는 데다 총액으로 따지면 부정 수급 비율에 상당하는 금액이 나가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한 전 국장의 지적대로다.

그리고 1년여 뒤, 현재 기재부 입장은 180도 바뀐 상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4일 예고한 대로 보조금법 개정을 통한 회계감사 대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안은 따로 만들지 않을 계획이다.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법안이 있기 때문이다. 약 1년 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그때 그 법안’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연간 국고보조금을 총 3억 원 이상 받는 사업자에게 회계감사 보고서 제출 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현행 보조금법상으로는 10억 원 이상 받아 간 사업자가 대상이다.

축소액ㆍ누수액이 엇비슷한 규모라면 재정건전성 강화를 표방한 기재부의 입장 선회는 명분이 무색하다. 보조금 규모가 2019년(77조9,000억 원)보다 올해(102조3,000억 원) 훨씬 큰 만큼 회계감사 대상도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유력한 배경은 보조금 관리 체계를 전면 정비하라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 지시다.

기재부는 내달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소야대 국면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분을 키운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를 위축시킬 요량으로 윤 정부가 보조금 체계를 손보려 한다는 게 야권의 의심인 데다, 영세 사업자의 비용 및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6년 회계감사 적정 기준이 10억 원으로 설정된 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상황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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