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고강도 직접 수사를 예고했다. 경찰 단계에서 주요 피의자의 신병처리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미흡한 수사를 질타하는 여론이 작지 않은 만큼 인력을 대거 투입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서 사건이 송치되는 대로 보완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특수본이 설 연휴 전 수사 종료를 공언한 터라 검찰 직접 수사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참사 진상규명에 필요한 최고의 수사 진용을 꾸릴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의 검사가 포함됐다”며 “사건이 송치되면 최선의 인력을 투입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크게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혐의 입증과 ‘윗선’ 수사 두 가지다. 특수본은 최 서장이 참사 당일 오후 10시 28분 사고 현장에 도착하고도 40분간 제대로 지휘나 대응단계 발령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부실 대응과 158명 사망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 요구에 불만을 표하면서 최 서장을 결국 불구속 송치하기로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서울시 등 윗선에 직접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특수본의 결론을 검찰이 뒤집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경찰이 검찰에 넘긴 참사 관련 최고 책임자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불구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소방 노조 고발로 입건 형식만 취했을 뿐, 특수본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재난 대응 및 대비, 복구 의무와 관련해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지자체에는 추상적 권한만 부여돼 있어 처벌이 쉽지 않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특수본 수사가 현장 실무 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꼬리 자르기’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불식시킬 성과를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수본은 김 서울청장과 최 서장 외에 용산소방서 지휘팀장, 서울청 류미진 총경, 112상황 3팀장 등을 이번 주 안에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