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 규제 완화로 5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뺀 서울 모든 지역에서 분양가 규제가 싹 사라졌다. 전 지역에서 분양가 통제가 이뤄진 서울에서도 건설사가 자유롭게 분양가를 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는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로 전국에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4곳만 '고분양가 심사지역'으로 남게 됐다. 고분양가 심사지역은 규제지역(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 예외)과 똑같이 지정한다. 전체가 규제지역이었던 서울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묶인 13개 구(노원 등 5개 구는 일부만 지정)를 제외한 나머지 12개 구가 고분양가 심사지역으로 묶여 있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 아닌 곳은 고분양가 심사 규제를 받은 터라 결과적으로 서울 전체에서 분양가 통제가 이뤄졌다.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HUG가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와 비교해 과도하게 높은지 심사한 뒤 분양보증서를 내주도록 한 절차다. HUG 심사를 통과해야 분양보증서를 받을 수 있는 건설사는 분양가를 터무니없이 높일 수 없다. HUG의 보증 위험을 줄이기 위한 취지지만, 심사 과정에서 분양가 상한이 결정되는 구조라 그간 분양가 통제 장치로 활용됐다.
하지만 5일부터 강남 3구와 용산구만 남기고 전 지역이 분양가상한제와 규제지역에서 풀리면서 이 같은 분양가 통제장치가 완전히 사라졌다. 5일 전에 HUG 심사를 받아 분양가 상한이 정해졌어도 아직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지 않았다면 건설사는 결과와 관계없이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 HUG 관계자는 "분양가를 높여 받는 건 건설사 자유지만 높은 분양가 탓에 사업성이 나쁘다고 판단되면 그만큼 보증료가 올라가기 때문에 시장 가격을 아예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조치를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그간 분양가 통제가 아파트 사업을 주저하게 만든 최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는 당장 분양가를 큰 폭으로 올리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집값 하락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단지에서도 무순위 청약(서울 장위자이)이 진행될 만큼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마진을 더 남기자고 분양가를 올렸다가 계약률이 저조하면 더 큰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청약 경기가 풀리면 이 같은 규제 완화는 상당한 폭발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는 이미 오름세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분양가(국가통계)는 3.3㎡당 1,531만 원으로 1년 전보다 9.7% 뛰었다. 같은 기간 5대 광역시에선 분양가 상승률이 15%에 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인상 요인은 차고 넘친다"며 "다만 투자자까지 청약시장에 뛰어들 만큼 청약경기가 좋아지면 과감히 분양가를 올리겠지만 지금은 그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