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싼 승용차

입력
2023.0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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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타타 나노

인도 최대 자동차 브랜드 타타(Tata)모터스가 2008년 1월 10일 뉴델리 자동차 엑스포에서 “세상에서 가장 싼 승용차”를 소개했다. 서벵갈 공장 토지분쟁 등으로 출시 일정을 넘겨 이듬해 4월 본격 출시된 도시형 소형차 ‘나노(Nano)’의 기본 모델 시판 가격은 당시 일반적인 모터바이크 가격보다 약간 비싼 약 10만 루피(약 1,335달러). 인도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급대수가 고작 9대에 불과하던 시절이었고, 온 가족이 모터바이크 한 대에 매달려 거리를 질주하는 풍경이 드물지 않던 때였다.

인건비와 부품가 상승 등으로 2018년 단종될 무렵 후속 모델 가격은 시판가보다 2배 이상 비싸졌지만, 그조차도 자동차 역사상 전무후무한 ‘해외 토픽’ 감이었다. 1908년 포드사의 첫 자동차 ‘모델 T’의 출시 가격이 약 850달러였지만, 근년 기준으로 화폐 가치를 환산하면 약 2만5,000달러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624cc 2기통 후륜구동 32마력 엔진을 장착한 나노는 폭 152cm에 전장 305cm로 라디오도 에어컨도 없고 핸들과 창문도 무동력 구동 방식이었지만, 속도는 최고 시속 104.6km까지 달릴 수 있는 차였다. 출시 첫해 선주문이 폭주하면서 타타모터스 측은 구매자를 추첨 방식으로 선정해야 했다.

나노는 2010년 블룸버그 선정 ‘올해의 자동차’에 뽑히고, '굿디자인 어워드’ 운송부문상 등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2018년 6월 결국 단종됐다. 충돌 안전성 테스트 등에서 잇달아 최악의 평점을 받은 데다 화재를 비롯한 크고 작은 고장이 잦았다. 가격의 잇단 상승으로 모터바이크 대비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탓도 컸고, ‘가난뱅이들의 자동차’라는 이미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인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이기도 한 타타모터스가 향후 5년 내 출시키로 한 10개 전기차 모델 가운데 나노 모델도 포함되리라는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