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새벽 인천 강화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3.7 지진으로 수도권 지역 일부 주민들이 잠을 설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수도권에서만 지진 신고 91건이 접수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이날 오전 1시 28분쯤 인천 강화군 서쪽 25㎞ 해역에서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9㎞로 추정됐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직후 규모를 4.0으로 추정해 지진 조기경보를 발표했지만 이후 규모 3.7로 하향 조정했다.
진동은 강화군뿐 아니라 인천,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전역에서 감지됐다. 인천 강화군의 한 펜션을 찾은 김모(46)씨는 새벽에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잠에서 깼다. 김씨는 “북한과 인접해 있어 무력 도발이 아닌가 의심했다”며 “긴급재난문자를 보고 지진이란 사실을 알았지만, 불안해서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의 한 주민도 “갑자기 침대가 세게 흔들려 가족들이 다 깨고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아파트 고층에서 침대가 흔들렸다” “거실 바닥이 들썩해 깜짝 놀랐다”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진동이 2,3번 이어졌다” 등 지진을 느꼈다는 경험담이 쏟아졌다.
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는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인천소방본부와 강화군에 따르면 이날(오전 7시 기준) 지진 관련 신고 및 문자가 40여 건 접수됐다. 시민들은 소방당국 등에 “지진이 일어난 게 맞느냐”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도 지진 발생 직후 40분간 51건의 지진 관련 신고가 쇄도했다.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규모 3.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10월 29일 충북 괴산군 지진(규모 4.1) 이후 70여 일만이다. 올해 들어서만 제주 서귀포(5일)와 전남 신안군 흑산도(7일)에 이어 3번째 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인천 인근 해역에서 지진이 발생한 건 이례적이다. 과거 백령도나 연평도 등 인천 먼바다에서 규모 4.0이 넘는 강한 지진이 감지된 적은 있지만, 이 지역에서는 규모 3.0을 넘는 지진이 이번을 포함해 5번밖에 없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단층면을 경계로 양쪽 땅이 수평으로 엇갈리는 주향이동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원인을 추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