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현장. 6일(현지시간) 이곳에 마련된 현대모비스 전시관을 앳된 얼굴의 한국 대학생들이 눈빛을 반짝이며 둘러보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로부터 차세대 자동차 기술 소개를 들은 학생들이 손을 번쩍 들고 질문 세례를 쏟아 냈다.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강화 방안이 궁금해요.", "미래 자동차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학생들의 진지한 질문에 주변 관람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열에 합류했고, CES 현장은 흡사 세미나 현장처럼 달아올랐다.
이날 CES를 달군 학생들은 포항공과대(포스텍) 20학번 학생들이다. 2020년에 대학생 새내기가 된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여행은커녕 대면 수업과 멤버십 트레이닝(MT)조차 경험해 보지 못했다. 이런 '코로나 학번' 학생들이 미국까지 날아와 CES에 참가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
포스텍은 올해 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되자 색다른 수학여행을 계획했다. 대학 생활부터 여가 활동까지 제대로 된 혜택을 받지 못한 20학번 학생 181명 전원에게 CES 참관을 연계한 수학여행을 떠나도록 한 것. 항공료, 숙박비 등 1인당 약 320만 원가량의 경비도 학교가 책임졌다. 특히 20학번 학생들이 어느덧 3, 4학년이 되는 만큼, 관광지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수학여행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CES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모두 볼 수 있다"면서 "학생들이 앞선 기술들을 체험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틀 전 관광지 밸리 오브 파이어에서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 보인 김 총장은 "학생들이 서로 친해지기도 했고 비대면 수업으로 자주 못 본 교수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더라"고 만족스러워했다.
학생들 반응도 뜨거웠다. 이번이 첫 해외 경험이라는 포스텍 IT융합공학과 3학년 장나영씨는 "1, 2학년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면서 "친구들과도 많이 가까워지고 관심 있는 기술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졸업 후 진로는 UX(사용자 경험) 부문으로 정했다"면서 "해외기업들의 변화된 모습도 보고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의 기술 전략도 살펴봤다"고 덧붙였다.
전자전기공학과 3학년 김지윤씨도 "생각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빨랐다"면서 "모빌리티 분야만 해도 자율주행이 최신 기술일 줄 알았는데 바퀴가 360도 돌아가기도 하고 여러 센서가 결합하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졸업 후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는 "삼성이 화면 왼쪽은 접고 오른쪽은 당기는 새로운 제품도 내놨는데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한편 포스텍은 더 다양한 해외교육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김 총장은 "학생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낮에는 인턴을 하고 저녁에는 온라인 수업을 듣는 '오픈 캠퍼스 시스템'을 검토 중"이라며 "획일적 캠퍼스 교육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