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팬도 반발... 흥국생명 감독 경질사태, 어디로?

입력
2023.01.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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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배구단 고위층의 ‘선수 기용 및 경기 로테이션 문자 지시’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연경 등 선수들에 이어 팬들도 감독 경질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여자배구행복기원단'이라고 소개한 팬들은 자비를 모아 6일 트럭 시위를 시작했다. 트럭에는 '배구는 스포츠지, 구단의 인형놀이가 아니다' '선수 기용 개입은 명백한 월권' '흥국생명 기이한 경질, 모기업 태광 회장의 입김' 등의 문구가 노출되고 있다. 트럭 시위는 이날 오전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와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로 이어졌다.

이에 앞서 5일 흥국생명과 GS칼텍스전이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는 팬들이 자체 제작한 클래퍼를 관중들에게 나눠주며 구단의 감독 경질 결정에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클래퍼엔 "행복배구", "팬들은 선수들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라는 문구가 앞뒤로 적혀있다. 이날 2,000장을 사전 제작했으며 오는 11일 현대건설전까지 클래퍼 배포를 이어갈 예정이다.

흥국생명 전력의 핵심인 김연경과 김해란도 인천 GS칼텍스전에서 승리한 뒤 구단의 문제를 꼬집었다. 김연경은 “선수 기용에 관해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구단이 원하는 대로) 경기했다가 진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특히 "이런 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다"라며 작심 발언을 날렸다. 김해란 역시 “(선수 기용 개입은) 선수들이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고, 나 또한 감독님께 마음이 상했다고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후임 감독에 대해서도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김연경은 “회사는 말을 잘 듣는 감독님을 선호하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 다음 감독님이 오신다고 해도 신뢰할 수 있을지…”라고 우려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까지 수석 코치였던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에게 이날 지휘봉을 맡겼다. 김 신임 감독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97년부터 삼성화재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권순찬 전 감독과 대학, 삼성화재에서 함께 뛴 동갑내기다.

2018~22년까지 4년 동안 흥국생명에서 수석코치로 당시 박미희 감독을 보좌했다. 김 신임 감독은 “흥국생명 구단에서 내게 감독 제의를 했다. 애정을 가진 팀이었기에 깊은 고민 끝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선수 기용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 팀 운영의 큰 틀은 구단과 상의해야지만, 경기 운영에 관한 모든 부분은 구단에서 절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선수들이 마음을 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