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그 절반의 시간인 5년 동안 배우 이재욱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말레이시아 팬들의 환대를 보며 '내가 상상했던 연예인의 삶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단다. 지난 5년 동안 이재욱의 꿈은 현실이 됐다.
최근 이재욱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tvN '환혼' 시리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드라마 '환혼', 그리고 '환혼: 빛과 그림자'는 역사에도 지도에도 존재하지 않는 대호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이재욱은 장욱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는데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부담감을 느꼈다. 술사들이 존재하는 가상의 배경을 완전히 이해하고 인물을 표현해 내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재욱은 "세계관을 잘 이해해야 했다. 감독님, 작가님과 만나서 세계관, 세트장 환경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환혼'에서는 자신과 닮은 장욱의 색깔들을 잘 드러내려 했고 '환혼: 빛과 그림자'에서는 말투에 신경 쓰며 단호한 면모를 보여주려 했단다. 장난기 많고 일들을 잘 해결하며 소신 있는 모습이 이재욱이 생각하는 자신과 장욱의 공통점이었다.
큰 노력 끝에 캐릭터를 완성한 이재욱은 "잘 마무리돼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들려줬다. 그러나 그에겐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다. 이재욱은 매 작품이 끝나고 스스로에게 '캐릭터를 잘 설명했나' '모든 면모를 보여줬나'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그 답이 항상 '아니요'였다고도 이야기했다. "방송을 보면 '이렇게 할걸'이란 생각에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는 이재욱의 말에서는 연기를 대하는 진정성이 드러났다.
'환혼' 시리즈 촬영장에는 선배들도, 또래 배우들도 많았다. 특히 '환혼' 시리즈는 파트1과 파트2의 여주인공이 다르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환혼'에서는 정소민이, '환혼: 빛과 그림자'에서는 고윤정이 이재욱과 함께 극을 이끌었다. 이재욱은 "소민 선배는 작품을 많이 해서 노련하다. 새로운 환경을 잘 받아들이신다. 윤정 누나는 현장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사람이다"라며 두 사람을 칭찬했다. 정소민 고윤정이 그려낸 캐릭터가 이름이 다를 뿐, 하나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연기했다고도 말했다.
'환혼' 속 키스신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재욱은 이 장면을 찍으면서 긴장을 많이 했단다. "머리가 하얗게 됐다. 메이킹 영상을 보니 귀가 빨갛게 돼 있더라. 키스신을 찍을 때 항상 생각이 많아진다. '입 맞추는 두 사람'이라는 글 뒤에 설명이 없으니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게 이재욱의 설명이다. 박준화 감독의 세심함 덕에 키스신이 잘 그려질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욱은 2018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으로 데뷔했다. 빠르게 주연으로 발돋움한 그는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재욱은 "어떤 캐릭터를 어떻게 그려낼지에 대한 고민은 늘 숙제"라면서 주연을 맡지 않아도 부담감은 존재할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전에 했던 캐릭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왔는데 시청자들이 좋게 봐준 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1998년생 이재욱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30세 설지환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28세 이장우를 연기했다. 이재욱은 "나이의 무게감을 가늠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나이라는 압박감 때문에 더 잘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재욱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조언을 건넸다. 로운 안효섭은 이재욱에게 도움을 준 스타들이다. "대본을 읽다 생각이 많아지거나 캐릭터가 이해 안 가면 두 사람에게 물어본다"는 이재욱의 말에서는 로운 안효섭을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환혼'을 통해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이재욱은 "선배님들께는 항상 배울 게 있다. 오나라 유준상 선배님이 최고였다. 배울 게 많은 분들이셨다"고 말했다. 임철수는 경험담과 조언을 들려줬다고 전했다.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쳐 이재욱은 주연 배우로 우뚝 서게 됐다. 그는 최근 말레이시아를 찾았을 때 팬들에게 큰 환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상상했던 연예인의 삶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5년 후의 자신의 모습은 지금과 훨씬 다를 듯하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남은 20대를 소처럼 일하며 보낼 계획이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겠다"는 그의 말에서는 열정이 느껴졌다.
이재욱의 원동력은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다. 이재욱은 "난 아직 젊고 체력도 많다. 귀찮고 쉬고 싶다는 마음에 놓치는 게 생겨 하는 후회가 더 힘들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내 출연작이 재밌으면, 그리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다"는 이재욱의 욕심이 이어질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