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4일(현지시간) 개원 후 이틀째 본회의를 열고 의장 선출을 시도했지만 또 결과를 내지 못했다. 하원의장 후보인 공화당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의회 공전 사태 장기화도 우려되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4~6차 의장 선출 투표를 진행했지만 매카시 원내대표는 201표 확보에 그쳤다. 보수 강경파 의원 20명이 바이런 도널드 의원을 지지하고,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이 전날과 달리 매카시 원내대표 지지를 철회하면서 매카시 원내대표는 과반(218석)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11ㆍ8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222석을 확보했지만 21석의 이탈 표가 나온 것이다.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 주축을 이룬 강경파 의원들은 하원의장 불신임 투표 발의 정족수를 5명에서 1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남부 국경 요새화 법안, 예산 지출 요건 강화 등도 요구 목록으로 고수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들을 설득했지만 진전이 없자 이날 오후 8시로 예정됐던 표결을 하루 뒤인 5일 낮 12시로 미뤘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날 정회 뒤 “오늘 밤 투표를 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향후 투표에선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매카시 원내대표 지지 글을 올리며 공화당의 단결을 촉구했다. 양측이 물밑 협상을 이어가면서 5일 매카시 원내대표가 하원의장으로 선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매카시 원내대표가 강경파 요구안을 수용해 사태가 일단락된다 해도 공화당 내홍과 의회 운영 과정에서의 진통은 불가피하다. 블룸버그통신은 “강경파의 요구로 일부 의원들이 다른 평범한 공화당 의원들보다 우선권을 갖게 되면 더 많은 내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켄터키주(州)를 찾아 협치ㆍ통합 행보를 이어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의장 선출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미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두 번 이상 투표한 경우는1923년 이후 100년 만에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