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때 서울 초등생 10명 중 1명 '나홀로 집에'

입력
2023.01.05 04:30
19면
서울연구원, 서울 초등학생 학부모 1,183명 설문조사
맞벌이 자녀 16.1%·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 자녀 57.1% 
서울시, 초등 돌봄 시설 우리동네키움센터 232개소  
재난 상황 시 긴급 돌봄 시설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지적도

서울에서 초등학생 2학년 딸을 키우는 맞벌이 부부 A(43)씨는 지난해 초 아찔한 경험을 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집에 혼자 있던 딸이 화장실 문 고장으로 2시간 넘게 갇혔기 때문이다. A씨는 "출근 당일 아이가 확진돼 어쩔 수 없이 홀로 뒀는데 연락이 안 돼 가슴이 철렁했다"며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는 긴급하게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서울 초등학생 10명 중 1명은 집에 혼자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염병 확산과 같은 재난 상황 발생 시 지역사회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긴급 돌봄 시스템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에 혼자 집에 있는 초등학생 13.1%


4일 서울연구원의 ‘위드 코로나 시대 학령기 아동돌봄 실태와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3~5월) 코로나19로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을 때 자녀 혼자 또는 미성년 자녀끼리 있었다고 답한 서울 초등학생 학부모가 전체(1,183명)의 13.1%로 나타났다. 부모가 직접 돌본 경우가 32.7%로 가장 많았고, 조부모 등 친인척 돌봄(27.6%), 방과 후 돌봄교실(17.6%), 아이돌봄서비스 이용(5.1%), 민간 아이돌보미 고용(2.7%) 순으로 돌봄 공백을 메웠다. 연구원은 지난해 5월 서울 초등학교 1~6학년생 학부모 1,183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학령기 아동 돌봄 실태를 설문조사했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2021년 1학기(3~5월)에 혼자 또는 미성년 자녀끼리 있었던 비율은 지난해보다 4.3%포인트 더 높은 17.4%였다. 재택근무 등으로 부모가 직접 돌본 경우(36%)도 지난해보다 더 많았다.

유형별로는 맞벌이와 저소득 가구의 돌봄 공백이 컸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부모가 직접 돌본 경우(14.6%)보다 혼자 있거나 미성년 자녀끼리 있는 경우(16.1%)가 더 많았다. 맞벌이 부모의 36.2%는 조부모 또는 친인척이 돌봤다. 반면 홑벌이는 79.6%가 부모가 직접 돌봤고, 자녀 혼자 또는 미성년 자녀끼리 있는 경우는 5.1%에 불과했다.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혼자 있는 아이가 많았다. 가구소득이 100만~200만 원 미만인 가구의 57.1%가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자녀 혼자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300만~400만 원 미만은 5.9%, 400만~500만 원 미만은 14.3% 등이었다. 다만 가구소득이 4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맞벌이가 많아 혼자 있는 아이 비율이 높아졌다.

학부모 "공공 돌봄 서비스 개선· 확대해야"

학부모들은 돌봄 공백을 막기 위해 공적 돌봄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공공 돌봄 서비스 개선 방안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21%가 ‘공공 돌봄 기관 환경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 돌봄 상시 운영(17.9%), 접근성 개선(14.6%), 다양한 돌봄 시간대 운영(14.3%) 등이 꼽혔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혜숙 서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역사회 돌봄 기능을 확대해 촘촘하게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현재 초등학생의 방과 후, 방학 등의 보육 공백 해소를 위한 돌봄 시설 ‘우리동네키움센터’ 232개소를 운영 중이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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