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료 단속으론 부족… 건보재정 누수 다각적으로 막아야"

입력
2023.01.04 16: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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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성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있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8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및 필수의료 지원 대책(안)' 공청회를 열고 건보 재정건전성 향상에 역점을 두고 건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이용량 급증으로 대변되는 과잉 진료, 이른바 '의료 쇼핑'으로 불리는 과다 의료 이용, 느슨한 자격 기준에 따른 외국인 무임승차 등 건보 지출 측면의 문제를 부각하며 '지출 효율화'를 재정건전성 강화의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건보 재정 누수는 다각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만큼 정부가 효율성 높은 방안 위주로 정책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평원이 운용하는 급여 심사체계의 과부하는 건보 재정 낭비를 초래하는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감사원도 지난해 7월 감사보고서에서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건수가 2000년 4억 건에서 2020년 12억 건으로 증가하고 급여 종류도 복잡해지면서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었지만, 부당 청구로 걸러낸 실적(2020년)은 금액 기준 0.4%에 불과해 "심사 부실로 인한 재정 누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개별 의료행위마다 수가(가격)를 매기고 이를 합산해 건보 진료비를 청구하는 '행위별 수가제' 역시 과잉 진료를 부추겨 건보 재정을 해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외래진료 횟수(2019년 기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17.2회로 회원국 평균(6.8회)의 2.5배였다. 대안으로는 묶음 방식의 진료비 지불제가 거론된다. 질병을 기준으로 진료비를 책정하는 포괄수가제, 병원 단위로 진료비를 정하는 총액제 등이 대표적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병상만 적정하게 줄여도 불필요한 입원을 줄여 건보 지출 11조 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병상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여기에 △실손보험으로 인한 과잉진료 해소로 5조~10조 원 △동네 의원의 만성질환 관리로 5조 원 △병의원-상급병원-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구분하는 의료전달체계 정비로 5조 원을 각각 아낄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계산이다. 김 교수는 "현재 지출되는 건보 진료비의 20~30%가 재정 누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이훈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