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부처가 아니라 민생 부처라고 생각하고, 전문성과 과학에 기반해 일을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합동 신년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주도 부동산·환경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 자율과 창의성, 전문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또한 "두 부처가 산업부라는 생각으로, 우리 수출과 해외 수주에 적극적으로 협력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과거 정부는 부동산과 환경 문제를 정치와 이념의 문제로 인식했는데, 그렇게 되면 결국은 국민이 힘들고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토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집값이 예측 가능하게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관리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금리 상승과 맞물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조짐에 대비해 "수요 측 규제를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최근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인들이 사망하면서 전세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왕, 빌라왕 등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으로 많은 취약계층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피해 회복, 법률 지원, 그리고 강력한 처벌, 이런 분야들에서 조금도 미진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덧붙였다.
대선 공약이었던 광역급행철도(GTX) 조기 개통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GTX-A 노선은 내년 초 수서-동탄 구간이 우선 개통돼야 하고 B노선은 내년 초 착공해야 한다"며 "C노선은 연내 착공할 수 있도록 신속히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D, E, F 노선은 빨리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환경부를 향해선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당시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시스템 도입 지시를 상기시키며 "올해 안에 수계 관리와 연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 원전에 대해선 "(원자력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에너지"라며 "원전 생태계를 속도감 있게 복원할 수 있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잘 협력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국토부와 환경부는 수출부서, 기술부서, 산업부서로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국토부가 주도해 인프라 해외 수주를 추진하는 데 있어 기술과 노하우, K-콘텐츠, 설계와 감리, 운영 등 여러 서비스가 패키지로 진출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