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년 넘게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서울지하철 승하차 시위에 대해, 지난달 19일 갈등을 완화할 기준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공사는 엘리베이터 동선 미확보 19개 역사의 엘리베이터를 2024년까지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 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시위를 하지 아니한다”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5분’ 기준을 어기면 1회당 500만 원을 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이 “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5분’ 시위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장애인들의 요구를 알리는 새로운 기준이 되는 듯싶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에 경찰은 2일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원천 봉쇄했다. 3일에는 전장연이 시위 지점을 바꿔 숨바꼭질 시위에 나섰으나 역시 경찰에 막히면서 심각한 몸싸움이 있었다. 경찰과 공사 측이 강제로 활동가들을 끌어내면서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오 시장은 지난 7월 취임사에서 “서울시의 모든 정책은 ‘약자와의 동행’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어렵고 소외된 분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새해 첫날 현충원 방명록에도 “약자와의 동행은 계속됩니다”라고 적었다.
법원의 ‘5분 시위’ 기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약자와의 동행’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가 부족해 일상생활을 제대로 영유할 수 없고,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도 1시간 넘게 대기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지하철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난다”고 윽박지를 일이 아니다.
전장연이 요구한 장애인권리예산은 올해 0.8%(106억8,000만 원)만 증액됐다. 부모 급여 월 70만 원 등 보편복지가 늘어나는 동안, 표가 되지 않는 장애인 복지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아 왔다. 정부가 자세를 바꿔야 근본 해결이 가능하며, 강제진압은 더 큰 비극을 부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