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8대 미국 연방의회가 3일(현지 시간) 개원한다. 작년 말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이 장악했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그리고 상원 민주당과의 큰 갈등이 예상된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하원 주도로 바이든 대통령 흠집내기를 시도할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인 헌터 바이든에 대한 조사와 청문회가 가장 유력하다. 그가 해외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 위반을 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공화당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다. 지난 11월 중순 다수당을 차지하는 것이 확정된 다음 날 아침 공화당 중진의원들의 첫 기자회견 주제도 이 문제였고, 지금 순조롭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주도로 추진되어 오던 국세청(IRS)의 인력 증원 계획도 백지화하려고 할 것이다. 부유층의 탈세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8만 명의 신규인력을 점진적으로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는 이유이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공화당 극우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에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데, '미국우선주의'의 연장선에서 정부예산을 해외에 낭비하지 말자는 주장이다.
물론 헌터 바이든 청문회는 상원의 협조가 필요 없어서 조만간 시행되겠지만, 다른 두 가지의 실현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하원 본회의 표결은 통과시켜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상징적인 메시지를 주는 등 효과가 클 수 있다. 더구나 작년에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웠던 미국 경제가 올해 빠른 회복을 하지 못하고 경기침체로 넘어가면, 불필요한 정부지출에 대한 압박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이유로 고려되고 있는 법안들이 또 있는데, 공화당의 전통적 어젠다이다. 법인세 인상을 취소하고 더 나아가 2017년의 감세법안을 연장하려고 할 것이다. 저소득층 소득보조 및 의료보조 등 복지예산을 축소하고, 환경 관련 규제를 줄이면서 클린에너지 보조금을 깎으려 들 것이다. 전국적으로 낙태를 금지시키는 법안도 발의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움직임은 하원의장 당선이 유력한 캐빈 매카시 의원의 전략과 실력에 달려 있다. 민주당과의 의석수 차이가 10석에 불과해서, 공화당 당내 장악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있었던 대표 선거 때 매카시 의원에게 반대한 의원이 31명이었다. 극우파 의원들과의 갈등이 표출된 것인데, 매카시 의원 입장에서는 처음 겪어본 문제가 아니다. 2015년 뵈이너 하원의장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었으나 극우파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역사가 있다.
매카시 하원의원 입장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실질적인 정책적 성과를 내는 옵션이다. 지금까지 공화당은 지키지 못할 과도한 약속을 미리 한 탓에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후 지지자들의 불만 때문에 강경화되고, 이것이 다시 과도한 약속을 이끌어 내는 악순환 속에 있었다. 많은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 사이클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2024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 중도층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매카시 의원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을 잘 설득해서 민주당 상원,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합의를 통해 주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반대로 공화당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옵션도 있다. 민주당과 타협하는 것은 '불의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민주당과 대비되는 선명한 공화당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강한 보수 정책을 하원에서 입법화한 후 상원에서 실패할 경우 민주당을 비난하는 전략도 가미될 것이다. 2015년 의장 도전 실패 이후 매카시 의원은 중도 보수에서 선명한 보수로 입장을 바꿔왔는데, 이번에 하원의장 당선 이후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2023년 미국 의회는 좌충우돌 흥미로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