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12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교통센터 1층 서쪽. 외부에 설치된 코로나19 검사센터에는 붉은색 비표를 목에 건 승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중국 지난과 베이징에서 입국한 90일 이하 단기체류 외국인들이었다. 입국 심사를 마친 이들은 비표를 목에 걸고 방역당국 안내에 따라 인천공항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센터 3곳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가림막이 설치된 대기장소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 대책이 시작된 이날, 인천공항에서는 일부 승객들의 당황스러운 모습이 목격됐지만, 큰 혼선은 없었다. 입국 절차가 다소 낯설었지만, 이미 방역강화 조치가 예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방역강화 첫날인 만큼 작은 혼선은 피할 수 없었다. 입국 심사를 마치자마자 군인과 경찰이 검사 대상자를 인솔하는 상황에 당황하는 입국자들의 모습도 엿보였다. 실제 한 외국인은 "말이 통하지 않는 방역 관계자 태도가 너무 위압적이다"라며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발 항공편과 비슷한 시간에 입국한 승객들의 혼선도 있었다. 이날 오전 싱가포르발 항공편으로 입국한 한 외국인은 중국발 승객 사이에서 비표를 목에 걸고 서 있다가, 뒤늦게 방역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재분류된 뒤 귀가했다. 중국발 입국자 중에서는 비표를 목에 걸고 검사를 받았지만 대기 장소를 벗어나려다 제지를 받은 승객도 눈에 띄었다. 이날 중국발 승객들이 입국부터 검사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최장 4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하지만 입국 승객이나 마중 나온 지인들이 크게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중국에서부터 국내 방역강화 조치가 알려진 탓이다. 지난에서 입국하는 부모를 기다리던 중국인 양모(35)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게 크게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 방역강화 조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서 중국으로 출국하는 중국인 허모(35)씨도 "동료들과 한국에 장기 체류하다가 돌아가게 됐다"며 "(입국 전후) 2차례 검사를 받아도, 한국에 다시 들어올 일이 있으면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중국을 떠나 인천공항에 도착한 항공편은 모두 9편으로, 총 1,092명(예약자 기준)이 입국했다. 이 중 입국 당일 공항에서 자비(8만 원)로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단기체류 외국인은 400명 정도다. 3개의 검사센터에서 검사가 가능한 하루 최대 인원은 550명으로 아직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중국에서 입국한 검사 대상자 208명 중 13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파악됐다. 이들은 공항 인근 호텔에 격리 조치됐다. 단기체류 외국인과 달리 중국에서 입국한 내국인과 90일 초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입국 후 하루 이내에 거주지 인근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에 대한 검사비는 정부에서 부담한다. 5일부터 중국발 입국자는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결과 제출이 의무화된다. 정부는 이날부터 31일까지 중국 내 공관을 통한 단기비자 발급도 제한했다. 외교·공무 등 특수 목적 외에 관광비자 발급은 중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