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1m이상의 폭설이 쏟아져 ‘설국’으로 불리는 울릉도에서 14년만에 눈 축제가 열린다. 그동안 높은 파도에 따른 겨울철 여객선 결항으로 축제를 중단했지만, 1만5,000톤급 이상 초대형 카페리 취항으로 겨울 관광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2일 경북 울릉군에 따르면 내달 3~6일 북면 나리분지에서 ‘가족·연인과 함께 즐기는 설(雪)렘 가득, 울릉도 눈 체험‘이란 주제로 울릉도 눈 축제를 연다. 축제는 눈썰매, 눈박 터뜨리기대회, 대나무 스키·설피(눈밭에서 신는 덧신) 체험, 눈 조각 경연, 신령수 눈길 트래킹, 크로스컨트리 스키, 우산고로쇠 수액 시음회 등으로 진행된다.
울릉군은 지난 2008년과 2009년 1월 눈 축제를 열었지만, 이후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자주 결항되고 감염병이 확산돼 중단했다. 대신 1월 중순부터 2월말까지 울릉산악연맹과 울릉군산악회 주도로 해발 987m의 성인봉에서 펼쳐지는 눈꽃산행과 산악스키 페스티벌로 겨울왕국의 명맥을 유지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안정된 해상교통 운행으로 겨울관광이 가능해지면서 설국 울릉을 널리 알리고자 축제를 마련했다”며 “우리나라 겨울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도록 준비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울릉지역은 눈이 많이 내릴 때는 6일간 130㎝이상 쏟아진다. 겨울에는 육지보다 바다가 따뜻한데다, 사방이 바다여서 북쪽 시베리아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로 세력을 확장해 남하할 때 눈구름이 자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연간 강수량 중에 눈이 20% 이상 차지할 정도로 많이 내린다. 특히, 이번 눈 축제가 열리는 북면 나리분지는 울릉지역에서 가장 눈이 많은 곳으로, 3m 이상 쌓일 때도 있다.
많은 눈에도 눈 축제는 열기 어려웠다. 육지에서 주로 300~600톤급 중소형 여객선만 다니다 보니, 겨울철에는 높은 파도에 결항이 잦았다. 2,394톤급의 대형 카페리 ‘썬플라워호(정원 920명·길이 80m)’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지난 2020년 2월 선령이 끝나 운항을 중단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9월, 1만1,515톤급의 초대형 카페리 선박 울릉크루즈가 취항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울릉크루즈 운항으로 연간 관광객 수로 역대 최대였던 2013년 41만5,180명의 기록이 지난해 10월 깨지면서 42만 명을 기록하는 등 울릉 관광의 역사가 바뀌고 있다.
울릉크루즈㈜도 선박 이용객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내달 28일까지 ‘눈꽃 축제’를 연다. 북면 나리분지에서 설원 위 캠핑과 눈썰매, 승마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조현덕 울릉크루즈 대표는 “나리분지 주민들과 울릉산악연맹, 울릉군 등의 도움으로 화장실 등 기본 편의시설을 설치해놨다”며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