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주의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다. 고관절 골절이 한 번 발생하면 일상생활까지 힘들어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고관절 골절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내에 사망할 확률은 25%, 2년 내에는 70%나 된다. 고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이 14.7%과 큰 차이가 있다.
전상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고관절 골절이 많이 발생하는데, 고관절이 부러지면 치료가 힘들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예방이 최선”이라고 했다.
이처럼 고관절 골절 등 관절에 문제가 발생하면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게 된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연골ㆍ인대 등을 제거하고 관절면을 깎아낸 후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슬관절(무릎관절)이 가장 많지만 고관절(엉덩관절), 견관절(어깨관절), 족관절(발관절) 등 다양한 부위에 적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무릎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8만8,428건, 엉덩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1만9,450건, 어깨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4,297건, 발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이 769건으로 조사됐다. 특히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 연령은 대부분 노인층으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70세 이상이 5만2,774건으로 60%를 차지했다.
고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 뼈를 연결해주는 큰 엉덩관절로 체중을 지탱해 걷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다리로 서거나 걸을 때 체중의 3배까지 버틸 수 있는 튼튼한 뼈다. 하지만 고령층에게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반사 신경과 근력의 감소로 엉덩방아를 찧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관절 골절과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로 인해 인공 고관절 수술을 받게 된다.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는 혈액순환 장애로 허벅지 뼈 머리 부분(대퇴 골두)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뼈가 괴사하는 질환이다. 뼈가 죽으면 몸무게를 견딜 수 없어 뼈가 함몰되고 심각한 통증이 발생한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지만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음주와 흡연, 스테로이드제 복용, 외상 또는 유전적 소인을 꼽는다.
서동현 부평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남성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는 환자 가운데 30대도 적지 않다”며 “음주가 젊은이들의 고관절 질환을 일으키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통증 부위가 모호해 방치하다 대부분 광범위한 손상에 이르러 병원을 찾을 때는 이미 괴사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괴사 범위가 광범위한 경우라도 대퇴골에 생긴 무혈성 괴사는 해당 뼈 조직만 손상이 가는 병으로 인공관절 수술로 치료하면 관절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어깨 질환 가운데 회전근개 파열을 조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어깨 힘줄이 관절 안쪽으로 수축해 심하면 봉합할 수 없게 돼 근육에 지방 변성이 생기면서 말라버린다. 이럴 때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회전근개 파열 외에도 신체 노화나 과격한 스포츠 활동을 하다가 손상됐는데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아 관절 연골이 심하게 닳아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면 어깨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어깨 관절은 인공관절 수술 후 운동 폭에 제한이 생길 수 있어 수술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야 한다.
최경원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최근에는 본래 관절 구조와 반대되는 모양의 인공관절을 삽입해 팔을 들어 올리는 역할을 파열된 회전근개 힘줄이 아닌 삼각근이 하도록 고안한 ‘역행성’ 인공관절 치환술이 시행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어깨 통증과 팔 회전 기능을 동시에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발목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부상할 수 있는 부위다. 발목 연골이 심하게 손상되면 발목 잠김 등으로 기능에 제한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번 다친 발목은 관절이 불안정해져 반복적으로 삐기 쉽고, 이 상태로 오래 방치하면 발목 관절염이 발생해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
특히 발목을 삔 발목 염좌를 주의해야 한다. 발목을 삐게 되면 경직된 발목이 갑작스런 충격에 적응하지 못해 발목 근육과 인대가 파열되고, 연골이 손상돼 발목이 붓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발목 염좌는 증상이 악화되기 전까지 ‘견딜 만한’ 수준의 통증을 보여 증상을 방치할 수 있는데, 조금만 무리해도 발이 붓거나 발목이 시린 통증이 자주 일어나는 경우 발목 관절염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발목 인공관절 수술은 2000년 국내 도입 후 계속 수술법이 발전하고 있다. 발목 인공관절 수술은 비교적 절개 부위가 작아 부기가 거의 없으며, 회복도 빠른 것이 특징으로 수술 후 꾸준히 재활 치료하면 정상 수준으로 걷을 수 있다.
무릎은 대퇴골과 경골을 연결하는 관절이다. 이 두 뼈 사이에는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있다. 지속적이고 무리하게 관절을 사용하다 보면 관절 사이에서 완충역할을 하던 연골이 점점 닳기 시작해 급기야 연골이 사라져 뼈와 뼈가 맞닿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염증이 생기고 통증도 유발한다(퇴행성 무릎 관절염).
퇴행성 무릎 관절염은 초ㆍ중기에는 약물이나 주사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말기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즉, 염증과 통증이 심해 걷기도 힘든 상태를 말한다. 수술은 관절 내시경 수술과 인공관절 치환술이 있다.
관절염 초기에 관절 내시경 수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말기 중에서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경우 무릎에 구멍을 내어 지저분한 연골을 다듬고, 찢어진 연골을 부분적으로 절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무릎 관절 내시경 수술이 관절염의 자연 진행을 막을 수는 없으며, 인공관절 치환술 등의 수술 시기를 늦추는 제한적인 역할 밖에는 할 수 없다.
인공관절 치환술은 말 그대로 무릎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다. 관절 운동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통증을 없앤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 발전과 재료의 발달로 인공관절 수명도 점차 길어지고 있다.
인공관절 소재는 강화 플라스틱부터 세라믹, 신소재 등 내마모성이나 생체적 합성을 높이면서 인공관절의 평균 수명은 15~20년 정도로 길어졌다. 또한 성별이나 관절 사용 범위, 생활 습관은 물론, 크기와 모양을 고려한 다양한 종류의 인공관절이 상용화돼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최소 절개법을 비롯, 컴퓨터 내비게이션, 3D 프린터, 로봇 시스템 등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수술법이 등장했다.
내비게이션 수술은 인공위성 GPS 원리를 수술에 접목한 것이다. 수술 원리는 뼈와 뼈 사이의 간격을 컴퓨터로 계산해 수술 부위 좌표를 내비게이션처럼 정확히 짚어주는 것이다. 적외선 카메라로 시술 부위 위치를 추적하면서 관절 위치와 각도를 바로잡고 오차 범위를 분석해 절개 부위를 정확히 짚어줘 정밀 시술이 가능해졌다.
인공관절은 미리 환자 몸에 맞게 8, 9, 10㎜ 등 다양한 사이즈로 제작된다. 이미 제작된 인공관절 중에서 환자에게 가장 적당한 사이즈의 관절을 삽입하게 된다. 환자에게 꼭 맞는 맞춤형 인공관절은 8.3, 8.4㎜ 등과 같이 소수점 이하로까지 세분화된 사이즈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제작되지 않고 있다.
인공관절 로봇 수술을 수술 전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으로 구현한 환자의 무릎 상태를 분석해 인공관절 크기와 절삭 범위, 삽입 위치 등을 예측해 수술 계획을 수립한다.
수술에 들어가면 집도의는 실제 환자의 무릎을 직접 굽히고 펴보면서 무릎관절의 간격, 다리 축과 인대 균형을 맞춘다. 이때 로봇이 계산해낸 수치를 기준으로 하므로 의사의 감에 의존할 때보다 정확도가 높다.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햅틱존’이라는 구역을 설정하면 미리 입력한 절삭 범위를 벗어날 때 로봇이 자동으로 멈추므로 무릎 주변 인대 및 신경 손상 위험이 적다.
하지만 로봇 시스템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해도 환자에 따라 수혈이 필요할 수 있고 드물지만 감염이 생길 수 있는 고난도 수술이다. 의료진이 로봇을 잡고 집도하고 환자마다 뼈의 모양, 변형 정도를 비롯한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응해야 하므로 의료진의 임상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연구팀이 2022년 10월 국제 학술지인 JEO(Journal of Experimental Orthopaedic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보다 인공관절의 삽입 위치, 수술 후 다리 축 정렬 등에서 정확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목동힘찬병원에서 2020년 7~12월 시행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과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 각각 110명씩 220명의 X선 촬영 영상 자료를 토대로 수술 후 인공관절 삽입 위치와 다리의 기계적인 축을 비교해보니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더 정확히 삽입되고, 다리 정렬도 더 바른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을 주도한 남창현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기존 수술은 다리 축 정렬을 위해 허벅지 뼈의 골수강 내에 긴 구멍을 뚫어 절삭 가이드 기구를 삽입해 눈으로 보면서 맞추지만, 로봇 수술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환자 다리에 센서를 부착해 로봇 프로그램이 계산한 수치를 보면서 맞추기에 다리 축을 더 바르게 교정할 수 있다”고 했다.
골다공증 환자라면 인공관절 수술에 다소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관절염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면 골다공증이 더욱 악화되므로 관절염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남창현 목동힘찬병원 원장은 “관절염과 골다공증을 함께 앓고 있다면 인공관절 수술 등을 통해 관절염을 치료한 다음, 약물과 운동 요법으로 골다공증을 개선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 인공관절 수술을 받고 이전보다 보행이나 활동이 더 많아져 수술 후 골밀도 검사 결과가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한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의사 지시에 따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의료 도구 및 기술 발달로 인공관절 수명이 늘었지만 환자 본인의 관리 여부에 따라 인공관절 수명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인공관절이 제대로 고정됐는지, 관절의 가동 범위가 정상인지, 관절에 염증은 없는지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확인하도록 한다.
수술받은 뒤에는 환자 개인적으로 재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수술 한 달 이후부터는 평지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 등 허벅지 근력을 키워 무릎으로 가는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무릎에 하중이 많이 실리는 계단 오르내리기나 달리기, 등산 같은 운동은 피한다. 체중이 1㎏ 늘면 무릎에 더해지는 부담이 3~5배 커지므로 꾸준한 체중 관리도 필요하다. 또한 무릎을 많이 굽히는 자세나 활동은 가급적 줄인다.
누웠다 일어나기 편한 침대를 사용하고 다리를 무리하게 굽히는 바닥보다는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하는 등 입식 생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