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이기영(32ㆍ구속)이 과거에도 음주운전 탓에 네 차례나 형사처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상습 음주운전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지 고작 1년여 만에 살인까지 저질렀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기영은 지난달 20일 밤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기사 A씨와 접촉사고를 낼 당시 누범기간이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이 형 집행 종료 후 3년 안에 동종 범행을 할 때 적용되는 누범은 최대 2배까지 가중 처벌이 가능하다.
이기영은 10년 전인 2013년 처음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그는 그해 5월 서울 마포와 9월 인천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경찰 단속에 걸렸다. 앞선 적발 때 면허가 취소돼 두 번째 적발 당시엔 무면허 상태였다. 이씨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관을 매달고 2㎞를 도주했고,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의 손을 물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무면허 음주운전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의 혐의가 적용돼 군사법원에 넘겨졌다. 결국 그해 10월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육군 교도소에 수감됐다.
전역 후에도 이기영의 음주운전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는 2018년 12월 경기 파주시에서 술에 취해 차를 몰다 택시를 들이받아 2명을 다치게 했다. 이듬해 4월 법원은 택시기사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씨는 집행유예 기간인 2019년 11월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또다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적발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그가 누범기간 중 가중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워 택시기사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택시기사와 지난해 8월 살해한 동거녀 외에 추가 피해 수사도 진행 중이다. 동거녀 집에서 발견된 캠핑용 가방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혈흔이 발견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얼굴 등이 노출된 이씨의 신상정보 공개를 두고 실효성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지난달 29일 공개한 이씨의 과거 운전면허증 사진이 실물과 많이 달라 재범 방지 등 신상정보 공개의 취지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현재 얼굴을 촬영하는, 이른바 ‘머그샷’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