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보험료 인상률이 8.9%로 결정됐습니다. 애초 예상했던 두 자릿수 인상은 피한 상황이지만, 가입자 상당수는 올해 8%대가 아닌 30% 이상 오른 갱신 보험료를 청구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명 한 자릿수만 인상됐는데 왜 이번 새해에도 보험료 갱신 폭탄을 피할 수 없는 걸까요?
해답은 보험료 갱신 주기에 있습니다. 그간 판매된 실손보험(실손) 상품의 보험료 갱신주기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즉 어떤 실손은 1년마다 갱신되는 반면, 어떤 상품은 5년마다 갱신되는 것도 있어요. 여기서 5년마다 갱신된다는 뜻은 5년 치 인상분이 한꺼번에 보험료에 반영된다는 뜻입니다. 괜히 보험료 갱신을 '폭탄'이라 부르는 게 아닌 셈이죠.
문제는 국내 실손 가입자 중 대부분이 갱신주기가 3년 이상으로 길다는 거예요. 실손은 판매 시기별로 △2009년 10월 이전(1세대) △2017년 3월 이전(2세대) △2021년 6월 이전(3세대) △현재 판매 중(4세대)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1세대 상품과 2세대 대부분 상품은 갱신주기가 1~5년이고, 통상 3년 이상인 경우가 제일 많아요. 지난해 3월 기준 해당 상품의 가입 비중은 64.9%에 달해요. 단순 계산 시 실손 가입자 3,977만 명(중복 포함) 중 약 2,500만 명은 '갱신 폭탄'을 피할 수 없단 얘기죠.
새해 갱신주기가 도래한 가입자는 평균 30% 이상의 인상이 불가피해요. 올해 인상률은 8.9%이고, 지난해는 14.2%, 2021년은 10~12%였거든요. 게다가 주기가 5년이신 분들은 여기에 2019년(6~7%)·2020년(6~7%) 인상률까지 합산됩니다. 그런데 이건 평균 인상률일 뿐이에요. 실손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구조예요. 그래서 50대 이상 가입자는 경우에 따라 보험료가 2배 넘게 오르는 일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답니다.
매해 반복되는 보험료 갱신 폭탄, 피할 수 없냐고요? 현재 판매되는 4세대(1년 갱신)로 갈아타면 폭탄은 피할 수 있어요. 올해 6월 말까지 4세대에 가입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 실손과 4세대 실손은 보장 내용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환 시 본인의 의료 이용량이나 경제적 부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사실 보험료 폭탄을 싫어하는 건 보험사도 마찬가지예요. 실손은 매년 만성적 적자를 기록하는데 적자분을 3년 또는 5년 뒤에 반영해야 하니 보험사도 부담이라고 하네요. 보험료 인하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죠. 소비자 입장에선 폭탄이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향후 일정 기간 인상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에게 유리한 점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