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인권 우선? 연쇄살인 이기영 실물과 딴판 사진 '논란'

입력
2023.01.01 09:02
경찰 운전면허증 사진 실물과 차이 나
'범죄예방' 신상정보 공개 실효성 지적

경찰이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잇달아 살해한 피의자 이기영(31·구속)의 얼굴을 공개했지만, 실물과 차이가 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기영의 나이, 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고 이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배포했다. 경찰은 "최근 사진을 공개하려 했으나, 이기영이 사진 촬영을 거부해 부득이하게 예전 사진을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특정강력범죄법에 따르면, 강력범죄 피의자라 하더라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당사자가 사진 촬영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다.

문제는 실제 얼굴과 현격히 다른 과거 사진이 공개되면서 재범 방지 등 신상정보 공개의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흉악범 인권이 우선이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이기영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은 한 언론에 “공개된 사진은 너무 어릴 때 모습인 것 같다”며 “지금과는 인상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2호선 신당역 여성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 얼굴이 공개됐을 때도 같은 비판이 제기됐다. 경찰이 공개한 사진과 이후 검찰 송치 과정에서 언론에 찍힌 현재 모습의 괴리가 컸던 탓이다.

차제에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신상공개 취지에 맞게 경찰이 현재 얼굴을 촬영하는, 이른바 '머그샷'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영은 지난달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법원에 출석할 때 모자를 눌러 쓰고 마스크로 입을 가리는 등 얼굴을 전혀 노출하지 않았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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