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검은 토끼해(계묘년)에는 몸집 키운 전기차들의 달리기 경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올해 첫선을 보일 신차는 준중형부터 대형 SUV까지 차급이 다양해 전기차 구매자들의 선택지가 늘어났다. 전기차를 살 계획을 미루며 7인승 차량을 기다린 이들에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차체가 커진 만큼 배터리를 둘 공간도 넓어진 데다, 전기차 특유의 공기역학 디자인으로 저항을 낮춰 주행 거리를 늘린 점이 눈에 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내놓으며 전기차 종류가 많아진다. 먼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국산 전기차는 ①기아가 올해 2분기에 선보일 EV9이다. EV9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처음 선보이는 대형 전기 SUV다. 차 이름에 들어간 숫자 '9'로 짐작할 수 있듯 우선 덩치가 크다. 지난해 콘셉트카 공개 당시 3열 좌석이 포착되며 7인승 SUV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현대차그룹이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전장은 4,930㎜로 카니발보다 길고 펠리세이드보단 조금 짧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위장막을 쓰고 서울 시내를 달리는 이 '패밀리 전기 SUV'를 봤다는 목격자들 사이에선 현대차의 헤리티지인 타이거 페이스(호랑이코 그릴)를 계승했다는 증언이 나온다. 기아 자체 계산에 따르면 완충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82㎞로 알려졌다.
②쌍용차는 2021년 7월에 나온 토레스를 밑바탕으로 삼은 중형 전기 SUV 'U100'(프로젝트명)을 올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토레스의 외관과 특장점을 살려 전기차로 탈바꿈한 모델로, 법정관리를 졸업한 쌍용차의 새 사명이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KG모빌리티 이름으로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쌍용차는 U100을 시작으로 2024년 신형 코란도 'KR10'과 전기 픽업트럭 'U100 스포츠' 등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전기차 출시를 위해 중국 비야디(BYD)와 기술 협력을 맺었다.
수입차 브랜드 중에선 미래형 자동차를 떠올리게 하는 고급스러운 겉모습에 성능까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③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전기 SUV인 EQS SUV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올초 국내 출시 예정인데 회사가 자체 개발한 '대형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첫 번째 럭셔리 SUV 모델이다.
활 모양 디자인이 상징인 이 차량은 차체가 커지면 주행 효율이 낮아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기역학계수를 0.26cd까지 낮췄다. SUV인데 EQS 세단(0.20cd)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곱 명까지 탈 수 있는 이 차량의 실내는 전동 조절 가능한 2열 시트와 2개의 좌석이 있는 3열 시트 중 고를 수 있다. 4개의 골프백을 실을 수 있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도 갖췄다. 유럽 기준 1회 충전에 600㎞ 이상 달릴 수 있다.
이 대형 전기 SUV는 강력한 전기 모터와 4MATIC 사륜구동 시스템, 지능형 오프로드 주행 모드를 통해 모든 지형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특히 오프로드 모드에서는 주행 속도에 따라 차량 전고가 최대 25㎜ 가량 높아지며, 갑자기 제동했을 때 차가 뒤집히지 않게 하는 차체 자세 제어시스템(ESP)이 활성화하면 바퀴의 미끄러짐을 최소화하고, 추진력을 위해 미끄러지게 하더라도 차량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다.
④BMW가 올해 출시하는 준중형 전기 SUV인 iX1 xDrive30은 소형 SUV로 전기차 선택지를 넓혔다. 소형 SUV이지만 한 체급 위인 iX3보다 실내 공간이 넓다. 차체가 작은 대신 실내 공간을 넓게 만든 전륜구동·소형차 전용 플랫폼(FAAR)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5인승 2열인 이 차량의 뒷좌석엔 넓은 시트 3개가 있고, 뒷좌석 등받이를 완전히 접거나 각도를 조절해 트렁크 용량을 기본 540리터(L)에서 최대 1,600L까지 늘릴 수 있다.
이 모델은 BMW가 프리미엄 콤팩트 세그먼트에서 처음 선보이는 사륜구동 순수전기차다. 전후륜 구동 장치는 합산 최고출력 313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제로백)까지 5.7초 만에 도달한다. 5세대 BMW eDrive에는 고효율 충전 기술도 포함됐다. BMW i7에도 쓰였던 고급 충전 소프트웨어와 차체 아래쪽에 달린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회사 자체 측정 기준 413~438㎞다.
새 차를 구입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우선 한 대당 구매보조금은 삭감되고 보조금 혜택을 받는 자동차 수는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환경부가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2023년 보조금 체계 설명을 종합하면, 먼저 지난해 한 대당 700만 원이던 보조금은 올해 20만 원 줄어든 최대 680만 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또 지난해에는 5,500만 원 미만 전기차에만 연비와 주행 거리에 따른 보조금을 전액 지원했는데, 환경부는 올해 이 기준을 5,700만 원으로 상향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생기는 조건도 있다.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정비이력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부품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등 전기차의 안전을 담보하는 세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 지급 비율을 축소하는 내용이 개편안에 추가될 전망이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업무처리 지침은 지난해 지침이 행정예고된 것과 비슷한 시기인 19일 전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