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택시기사 살인’ 피의자는 31세 이기영

입력
2022.12.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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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29일 심의위원회 열어 공개 의결
택시기사 살해 직후부터 술값 등 카드 사용


경기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피의자는 31세 이기영으로 확인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29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 등이 인정되고 증거가 충분하다”며 공개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20일 밤 11시 고양에서 음주운전 중 택시와 접촉사고를 내고 “경찰을 부르지 않으면 합의금을 많이 주겠다”며 60대 택시기사를 동거녀 집으로 유인해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숨긴 혐의를 받는다. 앞서 8월 7, 8일쯤에는 같은 집에서 집주인이자 동거녀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파주 공릉천변에 버린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씨가 지목한 공릉천 일대에서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계획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씨는 택시기사를 살해한 지 12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은 21일 오전부터 피해자 신용카드를 들고 귀금속을 구입하고 술값과 유흥비를 결제한 것으로 파악했다. 피해자 카드로 대출까지 받았다. 이를 합하면 5,000만 원에 달했다.

동거녀 살해 직후에는 시신을 치밀하게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동거녀를 살해한 직후 시신을 캠핑용 왜건에 담아 옮기려다 크기가 맞지 않자, 천으로 된 차량용 루프백에 담은 채로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동거녀의 신용카드로 2,000만 원가량을 썼다.

이씨는 두 사건 모두 “돈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홧김에 그랬다”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은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점에 미뤄 계획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씨가 살인을 저지른 집에 있던 여행용 가방에서 오래돼 보이는 핏자국이 발견돼 추가 범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씨는 "핏자국이 8월 살해한 동거녀 혈흔이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유전자 정보) 감정을 의뢰하는 등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경찰은 또 이날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씨의 정확한 정신 상태와 범행 동기 등을 파악했다. 숨겨진 피해자가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씨의 과거 행적과 통화기록도 분석 중이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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