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게임산업 기조 바뀌었다" VS "자국 게임에 대한 자신감 표출"...한국 게임 7종 5년 만에 중국 진출

입력
2022.12.3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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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7종 판호 발급…한한령 끝났나
세계 최대 게임 시장 개방에 韓 게임사 기대
웹툰, 드라마 등 콘텐츠 업계도 중국 진출 관심
"자국 게임이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 해석도


중국이 한국 게임 7개에 대해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증)'를 발급하면서 지난 5년 동안 국내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막았던 한한령(한류 제한령)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임을 시작으로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 업계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두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넥슨 등 이번에 중국 당국으로부터 판호를 받은 게임 업체들은 내년 중 신작 게임을 출시하기 위한 현지화 작업에 본격 들어갔다.



中 판호 한꺼번에 7종 해제…한한령 기조 변화 감지


판호를 관리하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7개 종을 포함한 총 44개 종류의 외국산 게임 수입을 10일 자로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판호를 발급받은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①'로스트아크' ②'에픽세븐', 넥슨의 ③'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④'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⑤'A3: 스틸얼라이브' ⑥'샵 타이탄'과 엔픽셀의 ⑦'그랑사가'다.

중국은 2017년 3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 노골적으로 국내 콘텐츠를 향해 빗장을 걸어 잠갔다. 이전만 해도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국내 게임이 중국 시장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사드 보복에 따라 2020년 한 건, 2021년 한 건이 판호를 받는데 그쳤다.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기조가 바뀌었다고 해석한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당국의 게임 산업 정책 기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본다"며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에 보수적이던 중국 당국이 이런 성향이 강한 한국형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까지 외자판호를 발급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시장 열리자 K콘텐츠 기대감 들썩


그동안 중국을 배제한 채 해외 진출에 나섰던 게임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판호를 받지 못한 게임사들도 다음 판호 신청에 대거 나설 계획이다. 중국게임산업연구원이 발간한 중국게임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965억 위안(약 56조 원), 이용자 수는 6억6,624만 명이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게임업체 주가도 크게 올랐다. 3개 게임에 대한 판호를 받은 넷마블 주가는 29일 전 거래일 대비 17.74%나 올랐다.

게임 외 다른 콘텐츠 업계도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마찬가지다. 전세계 웹툰 시장에서 활약 중인 국내 웹툰 업계도 중국에서는 큰 힘을 못쓰고 있다. 일부 웹툰 회사는 중국에서 합작법인 형태로 웹툰을 서비스하면서도, 자칫 불똥이 튈까봐 해당 서비스가 한국 웹툰인 것을 적극 홍보하지 않는 형편이다. CJ ENM 등 국내 미디어 콘텐츠 기업들은 아예 중국 진출을 꿈도 꾸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tvN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 JTBC '힘쎈 여자 도봉순' 등이 중국 OTT에 선보이면서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다시 짜고 것으로 알려진다.



빗장 걸어 잠그고 실력 키운 중국…불법 유통도 심각


하지만 장밋빛 기대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 시장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사이 자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국내 콘텐츠가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판호 개방은 중국 당국의 자국 게임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 표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는 '원신', '왕자영요' 등 현지 게임이 차지했다. 특히 원신의 경우 국내에서도 매출 순위 10위 내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판호를 발급받아 올해 4월 현지 출시된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국내와 달리 중국에서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웹툰 역시 이미 월 이용자만 5,000만 명에 달하는 현지 플랫폼 '콰이콴'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불법 스트리밍 등 저작권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경우 중국에 정식 출시되지도 않았지만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청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방송 직후 중국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편당 500원 수준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게임의 경우에도 중국 플랫폼사와 함께 나가는 방식으로 불법 공유나 저작권 문제를 대처한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 콘텐츠 업계도 이런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정부 역시 중국 정부에 저작권 보호 문제를 강력히 요구해 국내 콘텐츠 업계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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