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목표 달 궤도에 무사히 안착했다. 달에 인공위성을 띄운 한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28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다누리는 26일 오전 11시 6분 수행된 마지막 진입기동으로 임무궤도(달 상공 100㎞±30㎞)에 진입했다. 궤도에 안착한 다누리는 우주 비행을 위한 '항행 모드'에서 관측 임무에 최적화된 '달 중심 지향모드'로 자세를 바꿨다. 태양전지판은 태양을 보고, 탑재체는 달 표면을 향하는 비행 모드다.
27일 기준 다누리는 초속 1.62㎞ 속도로 달 상공 104.1㎞ X 119.9㎞ 궤도를 공전 중이다. 탑재컴퓨터, 자세제어 센서 등 모든 장치가 정상 작동하고 있다. 연료도 약 35%(93㎏)가 남아 임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하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국가는 러시아(구소련),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인도, 일본 등 6곳에 불과하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다누리의 성공을 통해 △궤적 설계 △항행·관제 기술 △심우주통신 등 심우주 탐사에 필요한 중요 기술을 확보했다"며 "이제 2032년 달 착륙선 계획은 '현실적 목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다누리의 임무궤도 진입이 최종 확인된 것은 스페이스X의 팰콘9 발사체에 실려 8월 우주로 발사된 지 145일 만이다. 당초 다누리는 총 아홉 차례 궤적 수정 기동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움직임이 계획보다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네 차례 기동 만에 달 궤도에 진입했다. 최종 성공에 대한 판단도 계획보다 이틀 빠른 27일 오후 6시에 나왔다.
임무궤도 안착까지 다누리가 총 비행한 거리는 730만㎞. 지구와 달은 직선 코스로는 3일 거리(약 38만㎞)지만, 다누리는 연료를 아끼려고 5개월짜리 탄도형 달 전이방식(BLT)으로 비행했다. BLT는 태양 쪽의 먼 우주(최대 156만㎞)로 나갔다가 다시 지구 쪽으로 돌아와서 달 궤도에 진입하는 무한대 기호(∞) 모양의 궤적이다. 천체의 중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가 적다. 연료를 아껴 확보한 공간엔 과학 측정을 위한 각종 장비가 들어갔다.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는 수명도 약 1년으로 길어졌다.
다누리는 달의 극지방을 지나는 원궤도를 따라 하루 12회씩 달을 돌며 달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다음 달 한 달 동안 △탑재체 성능 확인 △오차·왜곡 조정 등 시운전을 진행한 뒤, 2월쯤 본격적인 탐사 임무에 돌입한다.
다누리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달 극지방 음영지역의 얼음 분포를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에 제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다누리에는 나사가 제공한 섀도캠(ShadowCam)이 탑재돼 있다. 다누리가 수집한 데이터는 아르테미스(달 유인기지 건설) 프로젝트의 유인 착륙 후보지 선정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나사는 다누리의 궤도진입 성공 소식에 "환상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다누리에는 △고해상도카메라(LUTI)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 △자기장측정기(KMAG) △감마선 분광기(KGRS) △우주인터넷탑재체(DTNPL) 등 국내기술로 개발한 5개의 최신 장비가 장착돼 있다. 이를 통해 다누리는 편광영상 지도나 티타늄 분포 지도를 제작한다. 심우주 탐사용 우주인터넷 실증 시험도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
김대관 항우연 달탐사사업단장은 "달의 편광영상은 지구에서도 찍을 수 있지만, 달 100㎞ 고도에서 달 뒷면까지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는 것은 다누리가 처음"이라며 "해외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6개의 탑재체를 동시에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다누리의 경쟁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다누리가 수집하는 과학 데이터를 토대로 국제 연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미 양국 과학자들이 함께 다누리 데이터를 분석·연구하는 '참여과학자 프로그램'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