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육류 가공업체 소유주가 해외 여행지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심을 받았다가 무마한 적이 있다. 올해 들어 반정부 발언을 했다가 돌연 사망한 러시아 부호와 기업가가 10여 명에 달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소시지 재벌’로 불리는 모스크바 블라디미르 지역의회 의원 파벨 안토프(65)가 24일 인도 오디샤주 라야가다의 한 호텔 3층 창문에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육가공 업체 블라디미르스탠다드를 설립했으며, 1억4,000만 달러(약 1,780억 원·2019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산) 이상의 자산을 보유했다.
지난 6월 안토프의 인스턴트메신저 '왓츠앱' 계정엔 러시아 정부를 겨냥한 글이 올라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두고 "테러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한 내용이었다. 안토프는 글을 삭제하고 자신이 올린 글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나는 러시아의 '특별 군사 작전'(푸틴이 이번 전쟁을 부르는 용어)을 지지한다”며 무고함을 주장했다.
이 같은 일 때문에 안토프의 갑작스러운 사망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인도 경찰은 사망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까진 폭행치사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토프가 사망하기 사흘 전엔 그와 함께 인도를 여행 중이던 친구가 같은 호텔에서 숨졌다. 블라디미르 부다노프(61)는 호텔 1층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으며,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도 경찰은 부다노프가 심장병을 앓고 있었고, 폭음과 약물 과다복용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친구의 돌연사에 낙담한 안토프가 자살한 것"이라는 추측과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모든 것을 꾸몄을 것"이라는 의심이 엇갈리고 있다.
올해 러시아 재력가·기업인 12명이 돌연사한 것도 의심을 키우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우크라이나전 반대 전력이 있다. 지난 3월 휴전 촉구 성명을 낸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가스기업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이사회 의장은 9월 심장마비로 입원해있던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4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액화천연가스(LNG) 기업인 노바테크의 전 최고경영자(CEO) 세르게이 프로토세냐가 스페인의 한 빌라에서 아내, 딸과 함께 사망했다. 노바테크는 경영난으로 전쟁 장기화에 우려를 드러내 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