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달 11일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인태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정부 차원의 독자적인 지역외교 전략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윤 대통령이 취임사, 8·15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 강조해온 '자유'와 '연대'의 가치를 인태지역에 투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자유·평화·번영' 3대 비전과 '포용·신뢰·호혜' 3대 협력 원칙을 바탕으로 9개 중점 추진 과제를 담고 있다. 9개 중점 추진 과제는 △규범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구축 △법치주의와 인권 증진 협력 △비확산·대테러 협력 강화 △포괄안보 협력 확대△경제안보네트워크 확충 △첨단과학기술 분야 협력 강화 및 역내 디지털 격차 해소 기여 △기후변화·에너지안보 관련 역내 협력 주도 △맞춤형 개발협력 파트너십 증진을 통한 적극적 기여 외교 실시 △상호 이해와 문화·인적 교류 증진 등이다.
최종 보고서에는 인태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과 상황 진단, 한국이 지향하는 협력 방향을 기술했고, 북태평양, 동남아·아세안, 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인도양 연안 아프리카, 유럽·중남미에 이르는 역내외 행위자들과 어떻게 관계를 구축해 나갈지를 담았다. 이제까지 북한 등 한반도와 동북아에 국한되거나 경제·통상 분야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인태 지역을 바탕으로 양자·지역·글로벌 현안에 대해 포괄적·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인태전략은 자유, 법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우리 대외전략의 핵심요소로 채택하고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와 법치, 인권 등을 핵심 요소로 삼은 것은 미국 주도의 인태전략에 발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한국판 인태전략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구도 속에 '중국 배제'로 해석되는 것에는 거리를 두었다. 최종 보고서는 중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인태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 주요 협력 국가인 중국과는 국제규범과 규칙에 입각하여 상호 존중과 호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추구하면서 보다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명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어떠한 지점에서 협력을 의미하나'라는 질문에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라며 "중국과의 협력을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