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민의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 여러분께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를 전면 재정비할 것을 각 부처에 지시했다. 노동조합에 이어 시민단체의 회계 관리 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난 몇 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의 관리가 미흡했고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혈세를 쓰는 것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면서 "각 부처가 공익 목적의 보조금 사업이 회계부정, 목적 외 사용 등 불법적인 집행이나 낭비 요소가 있는지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또 "방만하고 낭비성 사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비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 정비를 지시한 것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일부 시민단체의 회계 부정 및 비리 의혹 사례가 재발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봐서다. 윤 대통령이 최근 노조 회계의 투명성 강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기업 공시제도와 같은 공시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대통령실이 지난 5년간 각 부처에서 시민단체, 재단 등 비영리단체에 지급한 국가보조금 지원 실태를 전수 조사해 보니 보조금 부정 취득 및 회계 부정 등의 사례가 발견돼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민단체에 지원된 국가보조금은 2016년에 비해 2022년에 2배 증가했는데 회계 부실이 방치돼 대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새해부터 3대(노동·연금·교육) 개혁을 비롯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속도전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023년은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폐단을 정상화하고 3대 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면서 "중단 없이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에서 만들어진 직제가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데 미진하다면, 연초부터 각 부처가 신속한 직제개편을 통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국무위원들에게 거듭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