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사랑상품권' 농·축협 조합원에게 사전판매 논란...경찰 수사 착수

입력
2022.12.27 16:30


전남 해남군 '해남사랑상품권' 10% 특별할인 행사와 관련해, 지역 농·축협이 해당 조합원에게 사전 판매를 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판매 대행자가 사재기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해남군의 상품권 발행시스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27일 해남군 등에 따르면 군은 해남읍 매일시장 재개장을 기념해 지난 1, 2일 13억 2,000만 원(지류형 12억 원, 카드형 1억 1,2000만 원) 상당의 해남사랑상품권 특별 판매행사를 진행했다. 해남사랑상품권의 내년 발행 목표액은 1,500억 원이다.

지난 1일 영업 시작과 동시에 12억 원에 달하는 지류형 상품권은 전량 소진됐다. 당시 1인당 30만 원 한도였지만, 지류형 상품권을 사기 위해 창구 앞에 대기 중이던 대부분 주민은 상품권 구경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리면서 불만이 폭주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해남군은 축협 3개 지점과 화산농협, 북평농협 등 5개 판매처에서 사전 판매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판매처에서는 영업 시작 전인 오전 7시 이전부터 조합원들에게 상품권을 판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축협은 793명에게 2억 3,700만 원, 화산농협은 620명에게 1억 8,600만 원, 북평농협은 720명에게 2억 1,400만 원 등을 사전 판매했다. 이들은 "조합원들의 상품권 구매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려워 사전 약속을 해 미리 팔았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환수조치했다"고 해명했다. 해남군 관계자는 "문제가 된 축협과 농협에 상품권 환수를 요구해 3억 9,000여만 원에 대해 발행을 취소했다"면서 "관련 판매처에 경고했고 대행 기관 취소 등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해남경찰서 관계자는 "농·축협이 편법으로 상품권을 사재기하고 사전 판매해 정상적인 절차로 구매하려던 주민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이런 사전 판매 행위가 그전에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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