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 허점 찔렀다...北 5년 만에 무인기 도발

입력
2022.12.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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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38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아댄 북한이 이번에는 무인기를 투입해 도발에 나섰다. 군용 무인기 5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경기 일대 영공을 5시간 가량 침범했고, 이 중 1대는 서울 상공까지 날아갔다. 추락한 북한 무인기가 야산 일대에서 뒤늦게 발견된 적은 있지만 우리 영공에 침입해 장시간 위협 비행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

南 대비태세 허점 노렸나

북한 무인기의 MDL 침범이 확인된 건 2017년 6월 이후 5년 만이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떠보면서 긴장을 고조시켜 대남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현존하는 최강 전투기로 꼽히는 F-22가 4년 만에 한반도에 출격해 우리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데 대해 맞대응 차원의 무력시위로도 볼 수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무인기 5대는 이날 오전 10시 35분쯤 처음 포착됐으며 이 가운데 1대는 3시간 가량 비행 후 MDL 북쪽으로 빠져나갔다. 또, 나머지 4대는 오후에 우리 군의 탐지자산에서 소실된 뒤 항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군의 작전시간은 총 5시간이었다.

이날 무인기 침투로 인천·김포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한 시간가량 중단됐다. 특히 무인기가 민가 지역까지 비행했지만 격추하지 못하며 뜸을 들였다. 대응 작전을 위해 출격한 군 항공기가 추락하는 일도 있었다. 군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셈이다.

크리스마스 전후로 미군의 대북 정찰 감시 비행이 강화된 데 대한 대응 성격이란 분석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군의 정찰 활동에 맞서 남측의 틈새를 무인기를 통해 시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맞춤형, 비례적 대응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8차 당대회에서 무인 정찰기 개발을 과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앞두고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행보로도 읽힌다.

용산 대통령실 정찰?

무인기의 주요 기능이 정찰에 있는 만큼 이번에 MDL을 넘어온 무인기들도 정찰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지난 18일 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시험’이라고 주장하며 정찰 능력을 과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상공에서 서울과 인천을 찍은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 특히 여기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도 포함돼 ‘정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조악한 무인기 개발 수준으로 볼 때 현대전에서 쓰이는 드론 공격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정찰 활동 목적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정찰위성 평가절하에 발끈?

군 당국은 앞서 18일 북한이 주장한 ‘정찰위성 시험’의 가치를 깎아내렸다. 위성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쏜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국내 전문가 상당수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해상도가 턱없이 낮아 군사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며 '기만 전술'이란 평가를 내렸다.

이에 북한이 반발한 맞대응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우리 당국과 민간의 평가를 반박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겠다고 처음 경고하면서 으름장을 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가 정찰위성에 대해 평가절하하니까 자신들이 찍었다는 위성사진도 보여주고, 여기에 더해 더 강경한 공격 수단이 있다는 점을 과시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