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까지 타이자르 산(33)은 미얀마 만달레이 의과대학을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늦은 나이에 의대생이 된 그는 약자를 위한 사회 운동엔 관심이 있었지만, 정치 활동은 하지 않았다.
쿠데타는 산을 순식간에 바꾸었다. 쿠데타 사흘 만에 그는 대학 동료 20명을 이끌고 군부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산은 "군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민중을 위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동료들을 격려했다. 미얀마 남성이 입는 전통 치마인 '사롱'을 입은 산이 확성기에 대고 군부 퇴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미얀마 민주항쟁의 상징이 됐다.
산의 용기 있는 행동은 전국적인 반군부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그는 만달레이주에서 수많은 공개 시위를 주도했다. 만달레이 의대생들을 규합해 군부의 출근·등교 지시를 거부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CDM)도 시작했다.
군부는 눈엣가시인 산을 체포하려 했다. 지난해 4월 1,000만 짯(608만 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26일 미얀마 언론 이라와디에 따르면, 산은 체포되지 않았다. 올해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밀림 속에서 야영 중인 자신의 모습을 올리는 등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산은 숨지 않았다. 미얀마인들에게 반군부 투쟁을 독려하는 글을 SNS에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민주 진영의 중심 축인 국민통합정부에 정책 자문을 하는가 하면,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지하반군과 함께 기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산은 미얀마의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라와디는 지난 23일 산을 '2022년 미얀마 민주화를 이끈 불멸의 영웅'으로 선정했다.
이라와디는 반군부 투쟁을 돕는 수많은 미얀마인들도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80대 노인은 시민저항군에게 장신구를 건네며 "이걸로 군부가 사라질 때까지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일본 등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은 야근 수당 등을 모아 시민저항군에게 보낸다. 이라와디는 교도소 등에서 모진 고문을 받으면서도 전향하지 않은 1만6,500명의 정치범들도 기억해야 할 영웅이라고 기록했다.
이라와디는 "쿠데타 이후 군부는 민간인 2,600명 이상을 살해했다"며 "영웅들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미얀마를 다시 건설하기 위해 그들의 살과 뼈와 영혼을 바쳤기에 모두 우리에게 불멸'의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