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변 상고대가 빚은 ‘겨울왕국’

입력
2022.12.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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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폭설과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번 주도 동장군이 심술을 부려 올해의 마지막을 갈무리하려는 사람들은 마음이 무척 바빠질 것 같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매서운 추위가 반가운 곳이 있다. 그곳은 북극한파가 몰려와 ‘새하얀 상고대’를 빚어내는 강원 춘천시 소양강변이다. 이맘땐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와 ‘겨울왕국’을 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지난 주말 영하 16도의 날씨를 무릅쓰고 예전 기억을 더듬어 상고대로 유명한 ‘핫스폿’을 찾았다.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이라 물안개가 강물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안개는 영하 15도 이하가 되면 얼어붙어 주변의 나뭇가지에 상고대를 만들어낸다. 예상대로 날이 밝아오자 소양강 주변은 온통 새하얀 상고대가 활짝 피어 눈이 시렸다. 강추위를 견뎌야만 볼 수 있는 장관이 눈앞에 펼쳐지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갑자기 희뿌연 물안개 속에서 카누를 탄 사람들이 나타났다. 한파에도 아랑곳 않고 카누를 탄 것은 지근거리에서 상고대를 감상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동화 같은 풍경에 취해 한동안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어느새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자 영원할 것 같았던 ‘겨울왕국’도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햇살이 강해지면서 나뭇가지 위를 덮었던 상고대는 한 방울씩 흘러내렸다. 아쉽게도 그림 같은 풍경은 사라졌지만, 한파가 빚어낸 절경은 한 컷 한 컷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돌아가는 발길이 한결 따사롭게 느껴졌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