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홀로 두지 않을 겁니다.”
성탄절인 25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앞. 참사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족을 위로하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과 나눔의집협의회 주관으로 개최된 성찬례에는 유족 20여 명과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예배가 시작되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기도했다. 유족들이 동의한 희생자 79명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기도하는 순서에서는 참석자들의 울음소리가 분향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민김종훈(자캐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신부는 “우리의 기도가 희생자와 유족, 생존 피해자, 지역 주민과 상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응원이 되길 기도한다”고 했다.
‘현장의 증언’ 순서에서는 발언자로 나선 유족 진세빈씨가 희생자인 동생 세은씨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 진씨는 “세은아 안녕, 벌써 크리스마스다. 우리 지금쯤이면 원래 눈사람 만들고 있어야 하잖아”라고 울먹이며 편지를 읽었다. 머리카락 40㎝를 소아암 환자들에게 기부하기로 한 그는 “네가 병원에서 너무 아파할 때 그 기억이 생경해서 힘겹게 병과 싸워내는 아이들이 모두 다 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진씨는 이어 “국가는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직무유기에 대한 책임을 졌는가”라면서 정부를 비판했다. 성찬례 과정에서는 한 시민이 고성을 지르며 행사장에 난입하는 일도 있었다. 또 보수성향 시민단체 ‘신자유연대’는 분향소 부근에 문재인 정부 당시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밀양세종병원 화재’ 등의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현수막 10여 개를 내걸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도 이날 오후 7시부터 시민분향소에서 ‘10·29 참사 희생자와 함께하는 성탄 미사’를 열었다. 이들은 미사를 마치고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참사 현장 앞까지 행진한 뒤 위령 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