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부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민간 활력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감세 위주 세제 개편이 마무리됐다. 애초 바란 대로 최고세율을 3%포인트까지 내리지는 못했지만, 과세표준(과표ㆍ과세 기준 금액) 각 구간 1%포인트씩 법인세율을 낮춰 기업들에 얼마간 생색은 낼 수 있게 됐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역시 최대한 과세 대상을 줄이고 공제 금액은 늘리겠다는 원래 개편안 취지를 살렸다. 세금을 줄여 지지층의 환심을 사려는 여야의 ‘감세 주고받기’ 공생이 빚은 결과다.
국민의힘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정체성을 걸고 첨예하게 대립한 핵심 쟁점 세제는 법인세와 종부세였다. 결과적으로 법인세 개편은 매 과표 구간 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는 식으로 확정됐다. 현행 법인세 세율은 과표 기준 △2억 원 이하 10% △2억 원 초과 200억 원 이하 20% △200억 원 초과 3,000억 원 이하 22% △3,000억 원 초과 25%인데, 정부는 최고세율을 3%포인트 깎고 구간을 단순화해 이를 ‘과표 200억 원 이하 20%, 200억 원 초과 22%’ 형태로 만들 계획이었다. ‘초(超)부자’로 규정한 거대 기업이 보수 정부 선물을 고스란히 받아가는 일은 어떻게든 저지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사실상 관철된 셈이다.
대신 종부세는 정부안이 대부분 개편안에 받아들여졌다. 1주택자는 0.6~3.0%, 다주택자는 1.2~6.0%인 현행 세율을 주택 수와 상관없이 0.5~2.7%로 낮춰 단일화한다는 정부안은 과표 12억 원(공시가 24억 원) 초과 3주택 이상 보유자만 누진세(2.0~5.0%) 중과(重課) 대상으로 남긴다는 단서만 달린 채 고스란히 개편안으로 옮겨졌다. 다주택자는 6억 원에서 9억 원, 1주택자는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공제액이 상향돼, 가령 내년부터 공시가가 12억 원(시가 약 16억 원) 이하인 1주택자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진다. 부부 공동 명의 1주택자일 경우 공시가 18억 원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게 된다.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추락 현상에 편승한 정부ㆍ여당의 선전전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소득세의 경우 기존 세율 적용 과표 구간을 상향해 저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한 정부안이 그대로 수용됐다.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서민 감세’를 표방하며 도리어 정부안보다 최저세율 적용 대상을 더 넓히려 하는 바람에 정부ㆍ여당이 세수 감소를 걱정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소득세만큼은 여야가 감세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주식ㆍ펀드ㆍ채권 등 투자로 5,000만 원 넘게 이익을 본 사람에게 과세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시기는 내년에서 2025년으로 2년 유예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는데, 주식시장 자금 유출을 걱정한 여당이 과세 대상 대주주 조건을 종목당 100억 원 이상 보유자로 올리지 말고 현행 10억 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요구를 들어 줬다.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도 민주당이 바란 것이었고, 장기 영위 가업 승계의 경우 상속세를 감면하는 가업상속공세의 경우 여야가 대상 범위 및 공제 한도를 중간선에서 절충했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종부세의 사실상 형해화를 방치하는 바람에 다시 저금리 상황이 돌아왔을 때 자산의 부동산 쏠림을 막기가 어려워졌다”며 “정말 서민을 도울 생각이면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더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감세로 대중에 영합하기보다 증세한 뒤 세출로 재배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