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철 "송중기, 화끈하고 정의로워…결말은 최선이었다" [HI★인터뷰]

입력
2022.12.26 22:29
배우 조한철, JTBC '재벌집 막내아들' 종영 인터뷰
연민과 동정 불러일으킨 재벌가 차남 연기에 '호평'
"함께 호흡한 송중기는 정의로운 주연"

배우 조한철이 또 다른 '악역'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빈센조' '갯마을 차차차'에 이어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재벌 2세로 색채 강한 캐릭터를 소화, 명품 감초 다운 연기력을 과시했다.

지난 23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조한철은 본지와 만나 JTBC '재벌집 막내아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중 조한철은 순양가의 차남, 진동기의 지독한 야망과 극적인 추락이 담긴 서사를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전달했다.

이날 조한철은 '재벌집 막내아들'의 호성적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본을 보면서 흥행을 예감했지만 이렇게까지 높은 성과를 거둘지 몰랐기 때문이란다. 올해만 해도 드라마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 '안나라수나마라' '법대로 사랑하라' '약한영웅' 그리고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다수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조한철에게도 시청률은 늘 물음표를 남겼다. 그는 "시청률은 잘 되겠다 하면 안 되기도 하고 기대 안 했는데 잘 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드라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그에게 '좋은 드라마'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한철은 고민의 여지 없이 빠르게 '목표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초반의 의도와 이야기가 후반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기에 작품 고유의 색깔과 의도를 유지하는 작품이 조한철에게는 좋은 드라마다. 이런 드라마들은 나중에 돌아봤을 때 배우에게 더욱 뿌듯함을 남긴다.

조한철은 '재벌집 막내아들' 역시 좋은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촬영할 때 유독 즐거웠다면서 "그동안 후배들과 많이 했다. '재벌집 막내 현장'에서는 또래, 선배들이 포진돼 있으니 연기하기 더 편하고 재밌더라. 자극도 많이 받았다. 즐거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16부라는 짧지 않은 길이 안에서 흥미와 힘을 끝까지 유지했다고 분석했다. 결말의 만족감은 어땠을까. 조한철은 "최선이 아닐까. 결말을 만족시키는 드라마가 거의 없다. 각자의 기대가 있다. 작가님이 최선의 결말을 다했다. 동기는 끝까지 살아남지만 과오를 치룬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분석을 위해 조한철이 참고한 것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바로 아버지 진양철을 맡은 이성민이다. 차남이라는 설정을 집중, 아버지의 사소한 습관부터 성격까지 캐릭터에 반영했다. 그가 앞서 드라마의 흥행을 예상했던 이유도 이성민의 출연 때문이었다. 극 초반 이성민이 진양철로 등장하는 장면부터 조한철은 작품의 성공을 직감했다. 전혀 다른 두 인물임에도 이성민은 일상의 자신을 지웠고 새로운 인물 진양철을 만들었다.

이를 두고 조한철은 "캐릭터 플레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카메라 매체 특성상 관객들이 굉장히 냉정하다. 가짜 같은 연기를 용서하지 않는다. 나와 다른 인물을 자연스럽게, 믿음직스럽게 하는 건 정말 어렵다. 성민이 형이 저 나이를 먹은 역할을 한다고? 정말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처음부터 진양철로 왔다. 굉장히 감동적이었다"고 감탄했다.

그렇다면 극중 가장 격렬하게 대립한 송중기는 어떤 연기자일까. 이에 조한철은 장문의 대답으로 송중기를 향한 애정을 열렬하게 표현했다. 먼저 "송중기는 제가 가지지 못한 못한 걸 많이 갖고 있다. 송중기를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화끈하고 정의롭다. 주연의 덕목이란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정말 탁월하게 잘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악역과 주인공의 관계로 만난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비슷한 구도에 서게 됐다. 조한철은 캐스팅 직후 송중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빈센조' 때의 기억이 너무 좋았다. 당시 행복하게 작업했기 때문에 더 좋았다"면서 "아직도 '빈센조' 배우 단체 대화방이 있다. 언제나 거의 송중기가 식사합시다 하고 불러 모은다. '빈센조' 모임도 제일 먼저 총대를 메고 주선한다. 만나자고 하면 다음날 바로 전화를 한다. 별명이 '송 반장'이다"고 밝혔다.

또 '재벌집 막내아들'의 현장에서 조한철에게 유독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연기 스승과 제자로 만난 박지현이 주인공이다. 배우 연습생이었던 박지현을 언급한 조한철은 "너무 반갑고 감동적이다. 원래도 잘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더 잘했다. 뿌듯하기도 했다. 어떨 땐 울컥하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속사에서 연기 수업을 오래 해왔던 조한철은 지금은 톱스타가 된 후배 연기자들의 이름을 나열하기도 했다. 그룹 소녀시대의 윤아 수영 티파니 등을 가르쳤고 이제는 현장에서 만나는 동료가 됐다.

작품은 회귀를 주제로 판타지 장르에 속한다. 그렇다면 조한철이 회귀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이에 잠시 고민에 빠진 조한철은 "제가 돌아간다면 안 돌아가고 싶다.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든다. 가야만 한다면 결혼하기 전으로 가고 싶다"면서 "결혼하고 아내를 힘들게 했다. 돈도 못 벌고 시간도 같이 못 보냈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결혼 생활을 하고 싶다. 여전히 부채의식이 있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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