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교훈, '비대면=건강'은 착각이다

입력
2022.12.26 20:00
25면

편집자주

생활 주변에서 발견되는 흥미로운 착시 현상들. 서울대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가 ‘지각심리학’이란 독특한 앵글로 착시의 모든 것을 설명합니다.


코로나19 기간 학과장 보임됐지만 학생 접촉은 전무
'모성 박탈실험'에서 확인된 부드러운 접촉의 중요성
질병 없는 상태였던 '건강'을 심리적 안녕까지 확대해야

올해 8월, 나는 2년의 학과장 임기를 마쳤다. 한 번만 할 수 있는 귀한 자리였지만, 코로나 때문에 아무런 일을 하지 못했다.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이고 신입생 환영회, 명사 특강, MT 등 큰 행사를 포함하여 작은 대면 면담도 못했다. 강의는 모두 원격으로 진행하여 학교가 텅 비었다. 학과장 하던 지난해 언젠가 일시적으로 5인까지 식사가 허용되던 때가 있었다. 몇 번에 걸쳐 학교에 있는 한식당에 신입생들을 불러 모았다. 입학 동기임에도 얼굴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 있었고, 문자로만 인사를 나누었다고 한다. 서로 데면데면하여 존댓말로 대화를 하였다. 내 인생을 뒤돌아볼 때, 대학교 때가 가장 아름다웠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의미가 깊은 기억들은 대부분 그때 만들어진 것이고, 중요한 친구들도 그때 만났다. 학번 동기들, 후배들과 선배들 그리고 교수님들이 모두 나를 설레게 하였다. 어떻게 보면 지난 2년 동안 들어온 학생들은 많은 모임을 박탈당한 셈이다.

접촉을 연구한 미국 심리학자가 있었다. 해리 할로(Harry Harlow) 교수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1950~1960년대에 갓 태어난 새끼 원숭이를 엄마 품에서 빼앗아 작은 방에서 따로 키웠다. 그 유명한 모성 박탈 실험이었다. 연구 윤리 기준이 높아진 오늘날에는 이런 실험이 허용되지 않는다.

할로 교수는 한 방에는 철사로 된 가짜 엄마를 세워 놓았고, 다른 방에는 헝겊을 덧댄 가짜 엄마를 세워 놓았다. 갓 태어난 원숭이들을 이 두 방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하면서 어느 쪽 가짜 엄마 원숭이를 더 좋아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새끼 원숭이들은 압도적으로 철사 엄마보다 헝겊 엄마를 선호하였다. 다음으로 먹이를 주는 것을 달리해 보았다. 즉, 젖병을 철사 엄마 또는 헝겊 엄마 쪽에 놓아두었다. 각각 4마리 원숭이가 배정되어 관찰되었다. 젖병을 가진 철사 엄마 방에 머문 시간이 조금 증가했지만 여전히 헝겊 엄마를 당하지는 못했다. 심지어 사진처럼 어떤 새끼 원숭이는 다리로 헝겊 엄마를 붙들고 입만 철사 엄마의 젖병으로 향하기도 하였다.

헝겊과의 접촉은 새끼 원숭이에게 포근함과 안전감을 주는 본능인 것이다.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엄마가 딱딱한 피부를 가진 아빠보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런 느낌들은 먹이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인다. 늘 아빠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다 줘도 가족들에게 받는 대접이 소홀한 것이 이상했을 것이다. 가족은 돈보다 접촉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할로 교수의 연구에서 홀로 자란 새끼 원숭이들은 심각한 심리 불안 증세를 보였고, 후배 신경과학자들은 접촉이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줌을 밝혔다. 할로 교수의 연구는 보육원 같은 시설이 아닌 일반 가정의 입양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접촉의 기회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과거, 건강을 질병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심리적 안녕감이 들어간다. 심리적 안녕감의 핵심 요소는 사회적 지지이다. 피부를 대는 직접 접촉과 타인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는 간접 접촉 모두 사회적 지지에 중요한 도구이다. 지방보다 서울에 사는 것만으로도 간접 접촉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비대면이 의무가 된 지난 2년은 무엇을 남겼는가? 코로나에 따른 사망자는 줄였을 것이다. 반면, 어린이집을 못 간 아이들은 언어 발달이 지체되었고, 학생들은 스마트폰 중독에 빠져들었고, 20, 30대들은 투자에 노출되어 빚이 사상 최대가 되었다. 중장년층은 우울증과 함께 고독사가 크게 늘었다. 늘 이런 통계들은 부수적이라고 취급된다. 쓸쓸하게 혼자 죽는 것이 싫어 PC방을 전전한다는 준노숙인의 절규는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노사연의 만남이 노래한다, '우리 만남은 우연히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라고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