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검찰 소환 불응키로...민주당 "홍준표·김태호도 조사해야" 역공

입력
2022.12.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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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소환 불응키로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내가 그렇게 무섭느냐"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전직 지자체장도 같은 잣대로 수사하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1차 소환 요구에 일단 불응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민생 경청 투어로 찾은 경북 안동시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장동 가지고 몇 년 가까이 탈탈 털고 났더니 이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결정이 났던 성남FC 건으로 저를 소환하겠다고 한다”며 “지금 야당 파괴하고 정적 제거하는 데 힘쓸 때냐”고 날을 세웠다. 성남지청은 최근 이 대표에게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을 죽인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과 불공정이 감춰지지 않는다”며 “가장 몰상식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지원사격에 화력을 쏟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논평에서 “억지로 없는 죄를 만들어 수사가 아닌 사냥을 하는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업 유치와 광고 영업이 죄라면 대한민국 모든 지자체장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반격에 나섰다. 박 대변인은 △재임 시 STX그룹과 경남FC에 대한 총 200억 원의 후원 계약을 맺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대우조선과 메인 스폰서십을 맺고 지역의 기업 대표 16명을 경남FC 재정이사로 영입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 △인천 유나이티드FC를 창단하며 GM대우, 인천대교 등과 후원 계약을 맺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여권 지자체장의 유사 사례를 거론하며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또다시 당이 동원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조응천 의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당이 당당하게 싸울 일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혼자) 당당하게 싸워 나가시길 원한다”고 했다.


28일 소환 통보에는 불응...다른 날에 응할지는 미정

이 대표는 검찰이 소환 통보한 28일에는 먼저 잡힌 광주 민생 경청 투어에 가야 한다며 불응하기로 했다. 다른 날 소환 날짜가 잡히면 응하는 것이 나을지 법적·정치적 유불리를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이 대표와 가까운 중진의원은 "검찰의 전격 소환 통보는 대치 정국에서 제1야당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거두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의도"라며 "순순히 응하기보다는 서면 조사 등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반면 당의 부담을 줄이려면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비이재명계 중진의원은 "검찰의 무리한 구속수사 남발은 당이 막아야겠지만 조사 자체를 거부할 명분은 없고 자칫 구속영장 청구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면서 "검찰과 일정을 조율해 소환에 응한 뒤 재판에서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떳떳하면 조사받으면 그만"

국민의힘은 "거짓 선동으로 진실을 덮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거대 의석의 방패막이 뒤에 잠시 몸을 숨겨볼 순 있어도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떳떳하다면 검찰에 출두해 당당히 조사받으면 그만"이라고 가세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누구든 의혹이 있다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일관된 의견"이라면서도 "제1야당 대표의 소환인 만큼 검찰이 신중에 신중을 기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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