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실내 마스크를 빨리 벗게 하자"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과학방역 기조하에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과학적 방역 지표에 도달해야 벗을 수 있는데, 코로나19 유행이 꺾이지 않아 시기상조란 뜻이다. 이에 따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내년 설 연휴 전후가 아닌 그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은 22일 국회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 당정협의'를 열고 해제 기준과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당정은 '해제는 아직 이르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역당국은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착용 의무를 해제해 권고로 바꿀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기준에 충족해야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지금은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겨울철 유행의 정점, 감소세 전환 등이 기준인데, 방역당국은 감소세 전환은커녕 아직 정점도 지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 세계에서 지금도 마스크를 쓰는 나라가 몇 안 된다. 이제 변화를 끌어낼 시간"이라며 전격 해제를 요청했고, 성일종 의장도 "언제까지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지 국민이 의문을 갖는다"고 거들었으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실내) 마스크 조정 문제 역시 윤석열 정부의 방역 기조인 과학방역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에둘러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역당국이 당분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 건 3가지 변수 때문이다. 아직 완만한 증가세여서 언제 정점을 찍을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7만5,744명으로 1주일 전보다 5,601명 증가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547명으로 9월 중순 이후 100일 만에 가장 많다. 질병청 관계자는 "해제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게 유행 정점인데, 현 추세로는 '1월 안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당초 예측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독감)도 중요한 변수다. 최근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비율(의사환자)은 30.3명으로, 유행 기준(4.9명)의 6배로 치솟았다. 13~18세의 경우 무려 119.7명에 이른다.
최근 '제로 코로나' 정책의 사실상 폐기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중국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통상 확진자가 급증하는 국가·지역에서 새 변이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면역 회피 능력이 강한 신종 변이인 BN.1 검출률이 20%를 넘었다. 중국에서 유행하는 BF.7 변이 검출률도 4%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실내 마스크 관련 발표는 해제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기준에 충족하면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설 연휴 실내 마스크 해제'는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해제 시기를 잡지 않고 기준을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설 연휴 전 안정세로 바뀌면 해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