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 문제를 놓고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서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여러 법안들이 연말이면 사라질 위기다. 여야 간 입장 차가 커 합의에 실패할 경우 법 위반 사례가 속출하는 등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굳이 예산안 심사와 연계하지 않는 정치권의 유연한 태도가 요구된다.
주 52시간제 보완책으로 30인 미만 기업에 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올 연말까지만 허용(주 60시간)하기로 한 근로기준법 조항 연장을 놓고서 논란이 크다. 정부· 여당과 중소기업들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8시간 연장근로에 의지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새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 방향과 맞물려 특별연장근로 일몰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2018년 대기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주 52시간제를 도입하고 준비 기간 3년을 줬는데도 여전히 이런 식의 특별연장근로에 의지하려는 중소기업들의 태도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소에 대한 의지 부족으로밖에 볼 수 없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일손 부족, 수출·투자 부진이 예상되는 내년도 경기 상황 등 일몰제 초기에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변화를 감안할 필요도 있다. 현실적 해법을 도출하되 주 52시간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이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과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의 전향적 태도가 관건이다. 파업 시 불법행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은 엄중히 묻되 당초 정부 제안이었던 안전운임제 연장을 전제로 논의를 이어가는 것이 순리다.
국고로 건강보험재정의 20%를 지원하는 건강보험법 일몰 연장도 시급하다. 재정건전화를 강조하고 있는 예산 부처와 여당 일각에서 일몰 연장에 부정적이지만,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은 건강보험 국고 투입 비율을 감안하면 일몰 연장은 꼭 필요하다. 당리당략적 접근이 아닌 실사구시의 태도로 일몰을 앞둔 법안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이 정치권의 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