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징벌적 규제를 대거 풀기로 했다. 다주택자가 서울과 같은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땐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취득세는 절반 넘게 깎아준다. 서울과 인근 지역에 지정된 규제지역도 추가로 푼다.
정부는 21일 내놓은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이런 내용의 부동산 시장 연착륙 방안을 담았다.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부터 대거 솎아내기로 했다. 이전 정부처럼 투기꾼으로 몰아 2중·3중 규제를 동시에 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다주택자는 집을 사고팔 때 상당한 세금 부담을 안고 있다. 취득세 일반세율은 1~3% 수준이지만, 2주택자(규제지역·비규제지역은 3주택자)부턴 8~12%로 뛴다. 정부는 내년부터 취득세 중과세율을 기존보다 절반 낮춘 4~6%로 내리고, 중과세율도 3주택자(4%)부터 매기기로 했다. 현재 서울·과천·성남·하남·광명 5곳이 규제지역(투기과열·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다.
이에 따라 서울과 같은 규제지역에선 2주택까진 일반세율(1~3%)이 적용돼 집을 추가로 살 때 이전보다 세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가령 서울에 집을 갖고 있는 이가 같은 동네에서 추가로 5억 원짜리 집을 사면 지금은 취득세로 4,000만 원(8%)을 내야 하지만, 내년부턴 취득세가 8분의 1 수준(6억 원 이하 1%)인 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내년 5월까지 유예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배제는 2024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 이 기간 세제개편을 통해 근본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인데, 앞으로 일반세율(6~45%)에 20~30%포인트를 더한 양도세 중과제도는 영구 폐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주택자는 더는 급하게 집을 처분하지 않아도 돼 그간 시장에 물량 부담으로 작용했던 다주택자 절세 매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땐 지금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아예 금지돼 있는데, 앞으로는 집값의 30%(LTV·담보인정비율)까지 허용한다.
2020년 사라진 '아파트 등록임대' 제도도 부활시킨다. 민간 임대인이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깎아주는 제도인데, 3년 만에 등록임대 대상에 아파트를 다시 포함시킨 것이다.
특히 정부는 앞서 예고한 것보다 범위를 넓혀 국민평형인 전용면적 84㎡ 아파트까지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전에 폐지된 임대사업자 세금 혜택(임대소득세 감면,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도 모두 복원하고, 규제지역 내 주택대출 한도도 일반 다주택자(집값 30%)보다 높여줄 예정이다. 의무임대기간을 10년에서 15년으로 늘린 사업자는 혜택을 더 준다.
다주택자에게 혜택을 몰아준다는 지적에 대해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다주택자를 건전한 민간 임대사업자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실수요 개선을 위해 규제지역 무주택자 대출한도도 기존 집값의 50%에서 추가로 상향한다. 또 분양가상한제 단지의 경우 5년 실거주·10년 전매제한이 걸려 있는데, 이 역시 합리적 수준으로 낮출 예정이다.
아울러 분양·입주권 단기 양도세율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린다. 현재 분양권을 1년 안에 팔면 차익의 70%를 양도세로 물리는데, 이를 45%로 낮춘다. 1년 이상 보유 후 팔 땐 중과세율(60%)을 적용하지 않고 기본세율(6~45%)을 적용한다.
현재 서울 등 5곳에 묶여 있는 규제지역도 내년 초 추가로 해제한다. 현재 5곳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2중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는데, 이미 정부가 각종 세금 규제를 풀기로 한 터라 규제지역 전면 해제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전셋값 상승 등 각종 정책 부작용을 빚은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은 곧 나올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개정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적인 가시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정상화'라는 장기적인 정책방향으로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