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에 여유와 즐거움까지···다락을 품은 대장동 상가주택

입력
2022.12.23 04:30
11면

편집자주

집은 ‘사고 파는 것’이기 전에 ‘삶을 사는 곳’입니다. 집에 맞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삶에, 또한 사람에 맞춰 지은 전국의 집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을 금요일 격주로 <한국일보>에 연재합니다.



서울에서 살짝 벗어나 자연에 맞닿기 시작하는 경기 성남시 대장지구. 넉넉한 보도와 반듯하게 정돈된 도로에 접한 신도시 상가 단지에 단순 명료한 인상의 건물이 새로 올라왔다. 건물주 강대희(40)씨 가족의 현재와 미래가 담긴 4층 상가주택 '더 프레임'(대지면적 243㎡, 연면적 492.01㎡)이다.

집짓기가 오랜 로망이었던 강씨에게 서울 외곽의 상가주택은 '두 번째 선택지'였다. 단독주택 건축이 당초 1순위였지만, 경제적 부담이 상당해 임대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가주택으로 기울었다. 마침 지금의 터가 산과 공원을 지척에 두고 깔끔한 주변 환경으로 둘러싸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단독주택은 아니지만, 자연을 곁에 두고 두 딸들이 좋아하는 다락방을 마련해 살 수 있다면, 바라던 전원 생활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점포(1층)와 임대가구(2층·3층)가 들어찬 다가구 상가주택에서 네 식구의 삶이 온전히 마련될 수 있을지 걱정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가족이 오래 머물 수 있는 안온한 주택 공간을 꾸며 줄 건축가를 찾는 데 공을 들인 것도 그래서다. 여러 전문가를 만나고 정보를 모으던 중 유준상(아뜰리에준 건축사사무소 소장) 건축가와 인연이 닿았다. "어느 건물 하나 똑같지 않은 다양한 상가 디자인을 보면서 믿음이 갔어요."


상가 속 주택살이, 해법을 찾아

상가 건물로서의 경쟁력에 생활의 여유와 재미까지 주는 집을 만드는 게 건축가의 고민이었다. 수십 채 상가를 설계했을 만큼 상가 건축에 정통한 유 소장에게도 명확한 답을 찾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그는 "흔히 상가 주택의 설계가 엇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대지의 형태와 맥락이 다르고, 지자체가 정한 건축 법규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 아파트 평면처럼 똑같은 상가 주택 설계가 절대 나올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건축주의 기대치는 높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임대 면적을 최대한 넓게 확보하면서도, 주거 공간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을 수 있는 맞춤형 집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유 소장에 따르면, 이 건물은 대지 자체의 조건과 주변 인프라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대장동 상가단지 중앙에 위치한 땅은 앞뒤로 도로를 접하고 있는 반듯한 사각형 형태다. 도로를 많이 접하는 입지 환경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사람과 차의 접근성이 높아 상가로서 큰 장점이다. 의외의 복병은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 지침이었다. 성남시 지침에 따라 상가 주택의 지붕 구조는 무조건 '경사 지붕'을 유지해야 한다. 도시 외관에 통일성을 주기 위한 지침이라지만 맞춤형 집을 짓는 데는 적잖은 걸림돌이다.

건축가의 응수는 '프레임'이었다. 건물 지붕은 사선 형태로 가되, 지붕면에 'ㄱ'자 틀을 만들어 밖에서 보면 네모 형태로 보이는 수를 쓴 것이다. 유 소장은 "지붕은 경사 형태를 유지하되 면적에 해당하지 않는 프레임을 가벽처럼 연장해 법은 지키고, 실리는 챙겼다"며 "밖에서 보면 규모가 훨씬 커 보이고, 안으로는 프라이빗한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의 통일성을 위해 '사각 프레임'에 맞춘 다양한 사각형의 창문도 눈에 띄는 요소다. 묵직한 '라임스톤'을 외장재로 씌운 건물에 틈을 내듯 창을 불규칙하게 배열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건물 표정에 리듬감이 생기며, 경쾌한 인상을 갖게 됐죠."


프레임이 품은 '스위트홈'

상가 건물의 반듯한 인상이 '틀'을 갖추는 데서 출발했다면 주택의 안온함은 그것을 지우는 데서 비롯됐다. 네 식구의 안식처인 4층 주거 공간은 부부와 두 딸의 방, 거실과 주방, 다락을 갖췄는데 이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바로 '무(無) 몰딩'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몰딩'은 창이나 문, 벽이나 바닥의 테두리를 장식하는 방법이다. 건물 외부엔 사각 형태의 선을 일부러 두드러지게 했지만 내부에선 오히려 틀을 없애 넉넉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유 소장은 "임대 공간에 비해 주택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으로 심플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며 "시공과 마감에 품이 많이 들지만 개방감을 더하는 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천장과 벽, 바닥 연결 부위의 장식을 없애고 안방 화장실과 드레스룸 출입문은 붙박이장의 일부인 듯 연출하는 식이다.

이 집의 백미는 다락이다. 아늑하면서도 개방감을 잘 드러내는 공간으로 마치 집의 주인공 같은 곳이다. 뻐꾸기창(돌출창)으로 원경의 숲이 들어오고, 바로 연결된 테라스로 나가면 바깥공기를 직접 쐴 수 있다. 다락 한편은 드레스룸과 수납창고로 쓰여 멀티룸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가족 모두가 사랑하는 곳이지만 이를 오롯이 즐기는 이는 역시 두 딸이다. 아내는 "다락은 아이들에겐 최고의 아지트"라며 "아파트에 살 때와 달리, 전혀 지루해하지 않는 걸 보면 본능적으로 공간의 재미를 찾고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직적 공간으로 다락을 활용했다면 수평으로는 테라스와 발코니를 조성해 숨통을 트이게 했다.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테라스의 존재는 임대 가구를 끌 수 있는 이 건물만의 경쟁력이 됐다. 유 소장은 "건물이 밀집한 상가 단지에서는 프라이버시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밖으로 두드러진 프레임이 주거 공간 주변으로 일종의 '벽'을 만들어 시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편안한 야외 생활이 가능하다"고 했다.


촘촘했던 일상에 여유가 깃들다

네모반듯한 창문, 그리고 주거 공간을 감싸고 있는 테라스와 아기자기한 다락방은 날을 거듭할수록 빛과 바람, 그리고 매일 변화하는 자연 풍광을 다채롭게 담아낸다. 금새 잊히는 장면으로 가득한 도시 생활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건축주 부부. 이런 일상을 수십 년간 꿈꿨다는 강씨는 "학창시절 이 동네 사는 친구 집에 자주 놀러 왔었는데 보이는 건 참외밭뿐인 동네가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며 "살고 싶은 곳을 찾아 돌고 돌아 결국 도착한 기분"이라고 했다. "이제는 두 딸에게 오래오래 변하지 않을 기억과 풍경을 선물해주고 싶어요. 사는 동안 마음 한편에서 늘 꿈틀거리는 소중한 유년의 기억 말이죠."


손효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