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에서 광고 인쇄물 제작을 하는 최모(4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부터 행사 수가 줄면서 지난해 매출이 반토막 났다. 사무실을 옮겼고 직원 한 명을 줄이는 등 고정비를 최소화했지만 올해는 물가까지 빠르게 올라 소용없었다. 최씨는 생활비라도 벌자는 심정으로 주말에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는 "위험하고 몸은 힘들지만 두 아이 학원비라도 낼 수 있는 벌이가 돼 6개월 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업을 뛰는 가장이 역대 가장 많은 규모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에 주52시간제까지 영향을 줘 실질임금이 낮아지자 '투잡'을 뛰는 가장이 급증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일 공개한 '부업 근로자 추이 및 특징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1~3분기 평균) 부업을 하는 가장(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이 36만8,000명으로 2017년(1~3분기 평균 26만 1,000명)보다 41.0%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부업자 증가율 33.1%보다 큰 증가 폭이다. 전체 부업자에서 가장 부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3.5%(2017년 1∼3분기)→67.3%(올해 1~3분기)로 3.8%포인트 올랐다.
부업 참가율은 본업에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늘어났다. 원래 하던 일을 2017년에는 35.7시간(1주일 평균) 했지만, 2019년 34.2시간, 2022년 32.0시간 등으로 감소했다. 그러면서 부업에 뛰어든 비율은 2018년 1.71%에서 2022년 1.95%까지 올랐다. 전경련 측은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부업 병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이를 보면 지난 6년(2017~2022년) 동안 청년층과 고령층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1~3분기 평균 20·30대 부업자는 37.2% 증가한 10만7,000명이었고, 60대 부업자는 69.7%(22년 12만9,000명)나 급증했다. 청년층은 플랫폼 일자리로, 고령층은 임시직·시간제 위주 일자리로 각각 부업을 구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