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요~♬♪"
최근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거리 곳곳에서는 캐롤이 울려 퍼지고 가게에서는 산타모자를 쓴 점원이 손님을 반겨줬습니다. 거리나 건물마다 형형색색 크리스마스 장식이 가득해 연말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죠. 그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장식은 바로 트리였는데요, 연말 특수를 맞은 백화점이나 마트뿐만 아니라 집·학교·회사 등 가는 곳마다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단골 손님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뒤 그 많던 트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또 아직 정리 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트리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서 답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쓸모가 없어진 트리가 갈 곳은 많지 않습니다. ①버려지거나 ②보관돼 내년 크리스마스 때 재사용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환경적으로 봤을 때 어떤 방법을 택하느냐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천지차이입니다. 우선 버리면 재활용보다는 소각되거나 땅에 묻힐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트리들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인공 나무이기 때문이죠.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트리 장식물(오너먼트)들은 재활용이 가능하고 선별이 가능한 크기이면 재활용되지만, 대부분 폐기물 쓰레기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라스틱을 태우거나 묻어야 하니 환경에도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여기에 트리가 생산될 때부터 환경에 미친 영향도 고려해야 하죠. 영국의 친환경 인증기관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에 따르면 2m(6.5피트)짜리 크리스마스 트리가 생산부터 매립되기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은 40㎏정도입니다.
외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생목 트리라고 해도 완전히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나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뿌리가 잘린 채 유통될 경우 말 그대로 1회용이기 때문입니다. 카본 트러스트는 "뿌리가 없는 생목 트리는 매립될 경우 이산화탄소보다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만들어 온실가스 16㎏ 정도를 배출한다고 본다"고 추정했습니다.
반면 플라스틱 트리를 재사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대신 한두 해가 아니라, 오래오래 두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카본 트러스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트리를 재질과 무게에 따라 7~20년 정도 재사용한다면 생목 트리를 사서 사용하는 것보다 환경에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즉 한 번 사면 10년은 써야 한다는 말이죠.
사실 이미 가정에서도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 쓰고 버리기는 아깝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통업계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대하는 상품은 아니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크리스마스'가 자리 잡으면서 크리스마스 트리나 장식품 매출이 몇 해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는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마트는 이달 1~18일 크리스마스 트리 매출이 2% 늘어나는 데 그쳤고, 롯데마트는 트리·장식품 매출이 오히려 20% 줄었다고 합니다.
몇 해 전부터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백화점들도 재사용을 원칙으로 삼을 만큼 재사용이 트렌드입니다. 평상시 백화점에서 키우던 나무에 줄줄이 전구를 매달거나 장식해 생목 트리를 만들거나, 인공 트리와 장식물은 창고에 넣어뒀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고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환경 캠페인인 '리어스 캠페인'을 하고 있기도 해 크리스마스 장식물은 재활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면서 "시즌이 끝나면 해체해 나중에 다시 쓸 수 있게끔 관리해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4년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트리보다는 본점 건물 외벽 미디어 파사드(Media Facade)에 주력하다 보니 폐기물이 적습니다. 미디어 파사드는 건물 벽에 LED 조명을 설치해 이미지나 영상을 구현하는 기법입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겉에 있는 철제 프레임은 디자인에 따라 언제든 재조립해 사용할 수 있고, 바꾸는 것은 LED 조명 몇 개 정도일 것"이라며 "90% 정도는 재사용한다고 보면 되고, 최대한 버려지는 것이 없게끔 운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트리나 장식을 구입하는 대신, 기존에 있던 물건이나 버려진 물건을 이용해 만드는 이들도 있습니다. 일명 업사이클링 트리인데요, 양말이나 버려진 플라스틱 1회용컵, 폐지 등 다양한 물건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 희망브리지가 산불 경각심과 기후 재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불에 탄 폐목을 활용해 7m짜리 '블랙트리'를 만들어 이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지속가능한 크리스마스를 위한 홍보에 앞장서기도 했습니다. 폐품 등을 이용해 자신만의 재활용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트리와 화분을 이용하는 방법 등을 알리는 데 주력했죠. 또 선물 과대포장 자제, 심야 조명 끄기 등도 함께 강조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크리스마스를 위해 한 번 구입한 트리와 장식품은 잘 보관해 내년에 다시 사용하고, 폐기했다면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주변 물건들을 활용해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