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꼬거나 차에서 내릴 때 사타구니 아프면…고관절 질환 때문?

입력
2022.12.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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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조병우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

고관절(엉덩관절)은 골반과 넓적다리뼈를 연결하는 몸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몸 하중을 지탱하고 걷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고관절은 항상 몸 하중을 받기에 퇴행성 변화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에 노출된다.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 ‘대퇴비구충돌증후군’ ‘고관절염’ ‘고관절 골절’ 등이 대표적이다.

‘고관절 질환 치료 전문가’인 조병우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조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관절에 좋은 음식이나 약을 찾는데, 관절에 유익한 일은 체중 관리와 관절 주변 근력 강화뿐”이라고 했다.

-고관절 질환이 다양한데.

“고관절은 공처럼 생긴 대퇴골(넓적다리뼈)의 머리 부분인 ‘대퇴 골두(大腿 骨頭)’와 이를 감싸고 있는 전구 소켓 모양의 골반뼈인 ‘비구(髀臼)’로 구성돼 있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고관절충돌증후군)은 대퇴 골두나 비구의 특정 부위가 선천ㆍ후천적으로 변형되면서 돌출돼 고관절을 과도하게 굽히거나 돌리는 동작으로 두 뼈가 부딪히면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리를 꼬고 앉거나, 차에서 내릴 때 사타구니 부위가 아픈 것이 특징이다.

대퇴비구충돌증후군이 악화하면 비구순(髀臼脣ㆍ비구 끝에 붙은 섬유성 연골 조직)이 파열되고(비구순 파열)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 질환은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2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이들 질환은 고관절 관절경 기구와 진단 기기 발달로 치료가 가능해지면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 골두로 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막혀(무혈성) 뼈 조직이 죽는(괴사) 병이다. 혈액순환을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는 오랜 과음, 스테로이드 사용, 골절 전력 등이 꼽힌다. 10만 명당 30명 정도에게서 발생한다.”

-고관절 질환은 어떻게 치료하나.

“대퇴 골두 무혈성 괴사, 고관절염, 고관절 골절 등으로 관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인공관절 전(全)치환술’이다. 최근 개발된 4세대 세라믹 인공관절은 거의 마모되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에 젊을 때 인공관절을 넣어도 다시 바꿀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최근 '관절경 수술'이 고관절 질환 치료를 위해 일부 병원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관절경 수술은 고관절 주위 허벅지에 지름 1㎝ 정도의 구멍을 3~4개 낸 뒤 관절 내시경과 특수 기구를 넣어 파열된 비구순을 봉합하고 돌출 뼈를 다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비구순 파열ㆍ대퇴비구충돌증후군 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고, 기구ㆍ기술 발달로 수술 가능한 질환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만 수술은 꼭 필요할 때만 시행하는 것이 좋다.”

-척추 질환과 고관절 질환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척추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척추 질환은 신경이 담당하는 영역에서 통증 등을 일으키는데, 골반 부위에도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일반인이 골반 부위에 통증이 생길 때 척추 질환 때문인지 고관절 질환 때문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다.

고관절 질환을 척추 질환과 구분하는 방법은 ‘통증 부위’를 들 수 있다. 고관절 질환은 사타구니 쪽에 고관절이 위치해 있어 사타구니ㆍ허벅지 앞쪽에 주로 통증이 발생한다. 반면 척추 질환은 아픈 증상이 뒤쪽 엉덩이뿐만 아니라 허벅지, 무릎, 심지어 발까지 내려가면서 나타날 때가 많다.

또한 ‘통증을 일으키는 자세’로 구분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내릴 때, 다리를 꼬거나 벌리는 등 특정 자세를 취할 때, 체중이 실릴 때 사타구니 부위에 통증이 생기면 고관절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관절 건강에 좋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은.

“많은 사람이 관절에 좋은 약이나 음식에 대해 묻곤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약이나 음식으로 관절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너무 뻔하다고 무시하기 쉽지만 관절을 지키는 방법은 체중 관리와 관절 주변 근력 강화밖에 없다. 관절에 도움이 된다는 많은 식품과 식단이 소개되고 있지만 아직 학술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는 실정이다.

몸무게가 늘어나면 당연히 슬관절(무릎관절)과 고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한다. 따라서 과체중이나 비만이라면 몸무게를 조금만 줄여도 통증 등 관절 질환 증상이 확연히 감소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몸무게를 1㎏만 줄여도 슬관절에 가해지는 무게는 4㎏, 고관절에 가해지는 무게는 6㎏이 감소한다.

따라서 운동은 관절 건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료법이다. ‘운동하면 관절이 손상된다’고 오해하는 이도 적지 않은데 심각한 관절 질환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운동은 관절에 유익하다.

관절이 아프니까 운동하기 싫겠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뼈와 관절 주위 근육이 약해져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 간단한 근력 운동을 권하며, 이미 관절 손상이 있으면 수영(아쿠아로빅), 실내 자전거 타기 같이 체중이 관절에 직접 실리지 않는 운동을 권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