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와 ‘신축구 황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의 격돌 못지않게 이들을 돕는 ‘특급 도우미’들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끈다. 스페인 명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함께 뛰고 있는 프랑스의 앙투안 그리에즈만(31)과 아르헨티나의 로드리고 데폴(28)이 그들이다.
프랑스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은골로 캉테(첼시)의 빈자리가 가장 뼈아팠다. 경기장 전역을 뛰어다니며 특유의 창의성 있는 패스로 공격을 이끄는 것에 끝나지 않고 수비 시에는 집요하게 상대를 노려 공격권을 빼앗는 캉테는 프랑스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하지만 월드컵이 시작되자 프랑스에서 캉테의 빈자리가 생각만큼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에즈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그리에즈만은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특급 골잡이다. 주 포지션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공격 비중이 높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음바페를 위해 조연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에즈만의 최대 장점은 역시 날카로운 볼 배급이다. 그리에즈만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창의적인 움직임 등 자신의 주특기를 마음껏 선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무려 21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이 가운데 3개가 도움으로 연결됐다. 통계전문업체 옵타는 “음바페와 올리비에 지루(AC밀란)가 헤드라인을 독식하고 있지만, 그리에즈만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할 정도로 프랑스의 결승행에 숨은 조력자는 그리에즈만이다.
폴 포그바(유벤투스)와 캉테의 대체 자원으로서 그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한 디디에 데샹 감독은 “공격수로 뛸 때보다 더 적은 골을 넣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에즈만은 더 깊이 플레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고 있다. 시야, 속도, 볼 터치, 에너지, 지능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도 그리에즈만 못지않은 숨은 조력자 데폴이 있다. 엄청난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 능력을 바탕으로 메시를 지원하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역할이다. 데폴은 자기 진영 깊숙한 곳에서 상대 골문 앞까지 공수 양면에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가 하면, 강한 압박으로 진흙탕 수비에도 능하다. 데폴은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총 6경기에 빠짐없이 선발 출장해 무려 61.03㎞를 달렸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가 데폴이다.
데폴은 특히 메시를 적극 지원한다. 데폴은 메시 가까이에서 뛰며 상대를 압박하고 메시에게 태클이 들어오면 달려가 공을 다시 빼앗는다. 이 때문에 붙은 별명이 ‘메시의 보디가드’ ‘메시의 오른팔’이다. 데폴은 “경기할 때마다 메시의 체력을 최대한 아끼고 메시가 움직일 공간을 늘려줘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우리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한다”고 했다.
호주와의 16강전에서 나온 추가골은 데폴의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장면이었다. 데폴은 후반 11분 빠른 질주와 강한 압박으로 호주 수비는 물론 골키퍼까지 압박해 실수를 유도했고, 함께 압박에 가담하던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가 볼을 빼앗아 골망을 갈랐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데폴이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치고 올라가면 옆에 있던 메시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침투할 공간을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음바페와 메시의 거침없는 공격은 그리에즈만과 데폴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관식의 주인공 못지않게 중요한 특급 도우미는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