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예산안 협상의 가장 큰 쟁점은 법인세 최고세율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두 차례에 걸쳐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나머지 쟁점을 포함한 일괄타결로 나아가는 걸 막고 있다. 김 의장이 15일 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중재안마저도 '야당 수용, 여당 보류'로 입장이 갈렸다. 이들은 왜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을까.
일단 현 법인세 최고세율 수준에 대한 인식부터 간극이 크다. 정부·여당은 '최고세율이 선진국 평균보다 높다'며 수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실효세율은 높지 않다'며 현상 유지를 하자는 입장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2 대한민국 조세'에 따르면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 27.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2%), 주요 7개국(G7) 평균(26.7%)보다 높다. G7 국가 중 미국(25.8%), 영국(19.0%) 등이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낮고, 독일(29.9%), 일본(29.7%)은 한국보다 높다.
국민의힘은 특히 과세표준 1,000억 원 이상 기업에 최소 17%의 세금을 물리는 ‘최저한세’가 있어 최고세율을 낮추더라도 민주당이 우려하는 ‘초부자감세’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10대 기업은 여러 세액 공제로 최저한세에 가까운 수준의 법인세를 부담하고 있어 (이들에게) 특혜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실효세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양한 투자, 고용 관련 공제가 있어 세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법인세 실효세율은 17.5%(지방세 포함 시 20.5%)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 위원장)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실효세율은 지방세까지 모두 더했을 때 21.0%, 일본은 25.1% 등으로 한국보다 높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018년 19.1%까지 인상됐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19년 17.5%로 내려왔다”며 “대기업의 실제 세 부담은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인세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외국인직접투자(FDI)다. 중국에서의 자본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투자처를 찾고 있는 만큼, 이 기회에 세율 인하를 통해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실제 올해 1~3분기 외국인직접투자는 신고 금액 기준 215억2,000만 달러(약 28조1,051억 원)로 2018년 1~3분기(192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김 의장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투자처를 찾는 외국인직접투자를 가속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야당을 설득했다.
반면 민주당은 최고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유치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최고세율을 낼 만큼 이익을 얻으려면 매출이 수조 원대에 달해야 하는데, 과연 그 규모로 투자를 할 유인이 되겠냐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통해 과세표준 3,00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실제로 효과가 있을 법한 중간 구간은 그대로 둔 채 최고세율 구간만 낮춘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통해 과세 체계를 단순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 3단계(10%, 20%, 22%)였던 법인세 과세 구간을 문재인 정부에서 4단계(10%, 20%, 22%, 25%)로 늘린 것인데, 이를 다시 3단계로 되돌린다는 취지다.
이 같은 세분화된 과세 체계는 세계 트렌드와도 어긋난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예정처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35개국이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세율이 4단계로 구분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법인세를 1%포인트만 인하하게 되면 과세 체계 간소화라는 시급한 과제는 달성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