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중과세제 역주행

입력
2022.12.16 18:00
22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을 관통한 이념은 ‘지대개혁’이다. 2017년 당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근저에는 ‘지대 추구의 덫’이 자리잡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서 ‘지대 추구’란 부유층이 시장을 왜곡시키고 집값을 끌어올려 부당한 불로소득을 거두기 위해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행위를 말했다. 이런 생각에 따라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투기와의 전쟁’으로 이어졌고, 투기가 의심되는 다주택자들이 주적(主敵)으로 설정됐다.

▦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다주택 규제책은 충분히 타당했다. 2021년 기준 2주택자 이상이 소유한 전국 주택 수는 227만3,000채(15.1%)다. 단순 산식으로 이 중 100만 채만 시장에 매물로 나와도 분당신도시 10개 물량의 주택공급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될 수 있다. 이런 계산에 따라 문 정부는 임기 중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에서 누진적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다주택 중과세제 3종 세트’를 순차적으로 구축했다.

▦ 문 정부 3종 세트는 다주택자들에게 중과세 피하려면 잉여주택을 처분하라는 강력한 압박인 동시에, ‘부자증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3종 세트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광범위한 조세 불만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만 두드러졌다. 양도세 중과는 중과세 거부감 때문에 되레 다주택 매물이 잠기는 역효과가 났다. 종부세 중과 역시 2가구 이상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에까지 확대되면서 “정부가 잘못해 집값 올려놓고 애먼 집주인에게 징벌적 세금을 매긴다”는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 3종 세트가 아예 잘못된 건 결코 아니다. 하지만 변화가 지나치게 과격했고, 세부담이 과중했으며, 억울한 피해 가능성을 거의 살피지 못해 결국 선무당이 좋은 정책을 망친 격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요즘 3종 세트 중과세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미 양도, 종부세 중과세가 크게 조정됐고, 이젠 취득세까지 다주택 중과세를 없앤다고 한다. 집값 폭락 예방책이라는 설명도 있지만, 역주행이 지나쳐 다주택 투기의 고삐를 완전히 풀어놓는 우를 범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