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예람 중사 '2차 가해' 공군 간부, 징역 2년 확정

입력
2022.12.16 14:40
피해 보고하자 신고 못 하게 회유
보복협박·강제추행 혐의는 무죄
면담강요만 유죄 인정 징역 2년

고(故) 이예람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신고하지 못하도록 회유하려고 면담을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간부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면담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노모 준위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 준위는 지난해 3월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받자, 다음 날 이 중사를 불러내 가해자인 장모 중사를 고소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고 너도 다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노 준위는 같은 날 밤 이 중사의 피해 사실을 즉각 보고하지 않고, 이 중사와 저녁식사를 하면서 강제추행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회유한 혐의도 있다. 2020년 7월 노래방에서 이 중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도 있다.

군 검찰은 노 준위 발언이 보복 협박에 해당한다고 봤다. 장 중사를 고소할 경우 피해자인 이 중사도 징계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협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군사법원은 그러나 노 준위의 보복 협박 및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지난해 면담 강요 혐의는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진행한 민간법원 판단도 같았다. 협박이 성립하기 위해선 '구체적 해악'이 피해자에게 전달돼야 하는데, 노 준위의 회유성 발언에 구체적 해악이 담겼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노 준위는 피해자가 의사표현을 하기 어렵게 하는 말을 함으로써 정당한 사유 없이 위력을 행사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고 죄책 또한 무겁다"며 "신고 의무를 위반했고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피해자 목소리를 외면해 부서장으로서 부서원 관리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장 중사는 지난 9월 징역 7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다. 장 중사는 이 중사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도 재판도 받고 있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저녁 자리에서 선임인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다가 동료와 상관의 회유·압박에 시달린 끝에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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